이 제2번 파르티타는 제 1곡이 신포니아, 제5곡이 론도, 제6곡이 카프리치오로 되어있는 곡으로
전 6곡 가운데에서도 선율미가 가장 아름다운 파르티타라 생각된다.
다소 우울한 느낌을 담고있는 이곡은 진지한 음악적 흐름이 인상적으로 가슴에 와닿는다.
쳄발로로 연주하면 근사한 곡이지만, 피아노 울림으로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제1곡인 신포니아는 이탈리아식 서곡이라는 의미를 지니지만 그 음악의 전개양상은 여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 신포니아도 그라베 아다지오-안단테-알레그로 푸가로 짜여져 있으며 심각한 아다지오의 시작부분이 감정을 추스리게 한다.
중간 부분인 안단테에 이르면 곡은 매우 내성적인 성향을 띠면서 전개되는데,
그 선율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 못할 정도이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은 대위선율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제2곡인 알레망드는 평온한 선율미가 인상적이다.
제3곡인 쿠랑트는 약간 격정적인 느낌이 드며,
제4곡인 사라방드는 감정을 천착시키는 영혼의 선율이라 할 정도로
그윽함을 풍기는 악장으로 제1곡의 중간 부분인 안단테를 변형시킨 느낌이 든다.
은밀한 속삭임처럼 차분한 선율이 일품이다.
제5곡인 론도는 가슴이 일렁일 정도로 흥겨운 리듬감이 특징이다.
다소 느리게 연주해도 멋있는 곡이라 생각된다.
이 론도는 쳄발로와 피아노를 통틀어 글렌굴드의 연주가 일품이라고 생각된다.
마지막곡인 카프리치오는 지그처럼 피날레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데,
여기서도 상큼한 감정의 전환을 느끼게 한다.
역동적이고 야성적으로 느껴지는 악장이다.
6개의 파르티타 BWV825~830는 바흐 건반모음곡들 가운데서도 백미이며 맨 처음 출판된 곡이다(1726년에서 1731년 사이, 거의 한 해 한 곡씩). 다시 1731년에 클라비어 연습> 제1부로 한데 묶여 출판되었다.
클라비어 연습은 <이탈리아 협주곡>, <프랑스 서곡>으로 알려진 나단조 파르티타,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주옥같은 오르간 작품들까지 담은 기념비적 작품집이다.
여기서 바흐의 초기 형식 및 텍스처 실험이 화려하게 꽃핀 것을 보며, 갈랑 가락과 화성반주에 점점 높은 비중을 두어가는 모습이 역력히 드러난다.
음악의 변화가 장차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는 증거이다.
그렇다고 모방 대위법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인 바흐가 대위법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파르티타 또한 "연주가의 음악" 범주에 들지만, 바흐가 이들을 출판한 것은 물론 남 좋으라고만 한 일은 아니었다.
악보를 구입한 연주가들도 모두 전혀 고상한 동기에서만 사들인 것이 아니다.
처음으로 바흐 전기를 쓴 요한 포르켈은 이렇게 증언한다. "당대 바흐의 작품은 음악계에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이렇듯 뛰어난 클라비어 작품은 이제껏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이 었다.
이 가운데 몇 곡이나마 배워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은 곧 돈을 버는 것이 었고, 젊은 예술가라면 출세의 지름길을 뜻했다. 이는 심지어 오늘날 1802년 도 마찬가지이다."
그러고 보면 1829년 멘델스존에 의한 리바이벌이 있기까지 바흐가 한때 기억에서 사라지고 인정받지 못한 시절이 있었는데도 이 정도였다.
건반 연주자의 판테온에서 바흐의 자리는 한 번도 흔들려본 일이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