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클래식. 가곡

림스키코르사코프 / 교향곡 "세헤라자데" op.35

 

 

 




 

Scheherazade Op.35
림스키코르사코프 / 교향곡 "세헤라자데" op.35
▷ Nikolai Rimsky-Korsakov (1844~1908) ▷
 
 
 
 
제1악장 「바다와 신밧드의 항해」
largo e maesteso-allegro non troppo

 
바다와 신밧드의 뱃전을 위협하며 우르릉대는 바다의 묘사.
힘차고 웅장한 사리알과 부드러운 세헤라자데의 테마가 어우러지고
흔들리는 듯한 대양의 리듬이 나타난다.
 

제2악장 「칼랜더 왕자의 이야기」
lento-andantino 
 
 
적막한 초원지대를 묘사하는 듯한 고적한 바순의 독주가 일품.
자유롭고 유머러스한 왕자의 모험 이야기에 
사리알이 노여움을 품고 웃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제3악장 「젊은 왕자와 젊은 공주」
andantino quasi allegretto 

‘젊은 왕자와 젊은 공주’의 유려하기 그지없는 현악 선율 등 그 무엇이든지…. 굳이 왜곡된 ‘오리엔탈리즘’의 한 형태라고 보자. 가장 인기있는 악장으로서 왕자와 공주의 사랑 이야기가
우아하고 이국적인 색채로 그려진다

제4악장 「바그다드의 축제」
allegro molto-lento

바그다드의 이교풍 축제와 해양의 높은 물결
 뒤집히는 신드바드의 배를 묘사하고 있으며,  
고요해진 바다이후 샤리알과 세헤라자데의 테마가 다정스럽게 얽히며
행복하고 화목한 생활을 암시하듯 조용히 끝난다.
 
 

 

바그다드의 꿈 실은 '세헤라자데'

모험으로 부자가 된 신밧드의 후손들은 어디에 살까.

오늘날 격렬한 미국과의 게릴라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바그다드가 바로 신밧드의 정착지였다. 테헤란에서 카이로에 이르는 아랍권 거의 대부분이 ‘천일야화(千一夜話)’ 또는 ‘아라비안 나이트’의 무대로 되어 있지만, 이 수많은 이야기들의 기본적인 골격은 바그다드가 있는 유프라테스강 연안에서 만들어졌다.

러시아인 림스키 코르사코프가 ‘천일야화’를 교향곡과 비슷한 4악장 관현악곡으로 꾸며 ‘교향모음곡 세헤라자데’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것은 1888년. 이보다 앞서 그의 친구인 보로딘은 1880년 ‘중앙아시아의 초원에서’라는 교향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음악가들의 관심사가 오늘날 ‘∼스탄’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남쪽의 스텝지역으로, 이어 이슬람권의 중심부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유가 뭘까.

그것은 당시 제정러시아의 남진정책 및 확장정책과 관계가 있다. 당시 중앙아시아의 패자였던 터키의 세력은 퇴조하고 있었고, 러시아는 이 지역을 장악하려는 야심을 키우고 있었다. 지식인들의 화제에서도 이슬람권이 큰 부분을 차지했던 모양이다. 러시아의 정치적인 꿈은 중앙아시아를 영유하는 데서 그쳤지만 음악가들의 꿈은 오늘날 주옥같은 관현악곡의 명편으로 남았다.

‘세헤라자데’는 특히나 관현악에 쓰이는 여러 악기의 독특한 효과를 한치의 오차 없이 활용할 수 있었던 코르사코프의 재주가 유감 없이 발휘돼 있다. 1악장 ‘바다와 신밧드의 배’에서 뱃전을 위협하며 우르릉대는 바다의 묘사, 2악장에서 적막한 초원지대를 묘사하는 듯한 고적한 바순의 독주, 오늘날 광고음악으로도 각광을 받는 3악장 ‘젊은 왕자와 젊은 공주’의 유려하기 그지없는 현악 선율 등 그 무엇이든지…. 굳이 왜곡된 ‘오리엔탈리즘’의 한 형태라고 보자고 하면 그 또한 틀리지 않겠으나, 우리는 CD 한 장으로 꿈결같은 아랍 여행을 체험하고도 남는다.

LP시대에 이 작품의 전설적인 명연은 토머스 비첨 지휘 로열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연주(EMI·1957 녹음)였다. 현과 목관에서 탐미적이며 유려한 감각을 한껏 뽑아낼 줄 알았던 ‘호사가적’ 지휘자 비첨의 장기가 마음껏 발휘된다.

러시아의 ‘민족주의’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자신의 악단인 마린스키 극장 키로프 오케스트라와 함께 최근 새 앨범을 내놓았다(필립스·2002 녹음). 게르기예프의 연주 중에서는 다소 개성이 적은 편이기는 하지만 탄탄하고 견실한 음향을 넉넉히 펼쳐낸 역연으로 꼽을 만하다. DVD기술을 적용한 고음질CD인 ‘슈퍼오디오CD’ 플레이어 겸용으로 제작됐으며, 일반 CD플레이어에서도 사방을 감싸는 서라운드 음향을 만끽할 수 있다.

 

 

 

작품의 특징

1874년 경에는 러시아 민요수집, 편곡에 열의를 나타내어 국민주의에 대한 접근을 나타내는 한편 실내악과 푸가를 포함하는 피아노곡의 작곡등을 통해 전통적 수법을 소화하는 데에도 의욕을 보였다. 그의 관현악은 색채적인 동시에 환상적이며 객관적 묘사가 뛰어났다. 이것은 직접 근대 음악의 오케스트레이션에 이어지는 것으로서 제자인 스트라빈스키나 프로코키예프 등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독일 낭만파적 표현과 러시아 민요의 선율의 융합이 이같은 오케스트레이션과 맺어졌을때 가극과 관현악곡 등의 표제적인 작품에서 독자적 효과가 발휘되었던 것이다.

     

교향모음곡 [셰헤라자데]

1887년(43)에서 그 이듬해에 걸치는 2년 동안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창작의욕이 불처럼 타오르던 때다. 그는 이 2년 동안에, 현재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는 「스페인 기상곡」, 교향모음곡 「셰헤라자드」,서곡 「러시아의 부활제」등 오케스트라의 명곡을 이따라 내놓았던 것이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여주인공 이름을 딴 이 교향모음곡 「셰헤라자드」의 작곡은 서곡 「러시아의 부활제」와 거의 동시에 진행되어 1888년(44) 8월 7일에 완성, 그해 안에 초연되었고. 이때는 그가 형처럼 친히 지내던 무소르그스키도 세상을 떠났고, 보로딘도 전해에 이미 죽었다.

「아라비안 나이트」란 것은 아라비아 설화문학 가운데서 가장 많이 외국어로 번역되었고, 따라서 가장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이야기인데, 그 길이도 대단해서 보통 문고본으로 30책이나 되는 대단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중국의 장편소설 「금병매」처럼 언제 누구의 손에 의해 씌어졌는지 분명히는 모른다. 추측인데 인도에서 시작되어 페르시아, 아랍 등지로 옮아가는 긴 세월 동안에 여러 집필자에 의해 씌어졌으리라고 학자들은 보고 있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제 1권 첫 페이지를 펄치면, 거기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
「관대하고 자비로운 알라의 거룩한 이름으로 !」

그리고 첫 이야기이자 이 이야기의 실마리가 되는「샤리아르 왕과 그의 동생 샤자만의 이야기」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샤리아르와 그의 동생 샤자만은 매우 사이가 좋은 형제였다. 샤리아르는 인도와 중국을 지배하는 왕, 샤자만은 사마르칸드의 왕인데 두 왕이 다 드문 명군으로서 백성들의 신망을 한 몸에 담고 있었다. 어느 날 샤자만은 형의 나라를 방문하려고 길을 떠났는데, 도중에서 형에게 드릴 보석 선물을 잊고 떠난 것을 깨닫고 급히 궁전으로 되돌아왔다. 그가 자기 침실에 들어가 보니, 놀랍게도 그가 평소에 그토록 사랑하던 왕비가 흑인 노예와 동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분통이 치민 그는 그자리에서 두 연놈의 목을 베었다. 그는 상처 입은 마음으로 형의 나라에 간다. 샤리아르 왕은 안색이 좋지 않은 동생의 건강을 걱정하지만, 아우는, 그 까닭을 털어놓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형이 사냥을 나간 뒤에 아우는, 형수도 역시 흑인 노예와 희롱하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 사실을 아우는 형에게 보고한다. 분노에 치를 떨던 형 역시 아우와 마찬가지로 왕비와 노예를 함께 베어 버린다. 그런 일이 있은 후부터는 밤마다 처녀를 불러들여서는 이튿날 아침에 반드시 목을 베곤 했다. 옛날의 명군은 이제 가공할 만한 폭군으로 일변한 것이다. 이와 같은 소행이 그 뒤 3년이나 계속되었기 때문에 백성들은 공포에 떨었고, 특히 혼기 가까운 처녀를 가진 집에서는 딸을 다른 나라에 피난시키기까지 했다.

어느 날 샤리아르 왕은 예에 따라서 새 처녀를 데려오라고 대신에게 명령했다. 대신은 그야말로 혈안이 되어 처녀를 찾았지만, 끝내 찾아내지 못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이 대신에게는 두 딸이 있었다. 언니는 셰헤라자드, 동생은 두니아자드, 둘 다 재색을 아울러 갖춘 여성이었다. 특히 셰헤라자드는 대단한 독서가였기 때문에 각국 왕의 전설이나 민족의 역사 등에 아주 정통했다. 게다가 화술이 아주 뛰어났다.

두 자매는 얼굴이 창백한 아버지를 보더니, 곧 그 심중을 알아차렸다. 그리하여 스스로 왕비가 되겠다고 자청하고 나섰다. 정말 결사적인 지원인 것이다.

셰헤라자드는 동생을 데리고 궁전에 나아가 그날 밤으로 순결을 바쳤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두 자매는 궁전에 들어가기 전에 밤의 행사가 끝나는 대로 연출을 잘 해서 왕의 악행을 단념케 하는 방안을 미리 약속해 두었던 것이다. 과연 그 약속대로, 밤의 행사가 무사히 끝나자 동생 두니아자드가 방에 들어서면서,「언니를 지켜 주시는 알라 신에 맹세코 ! 언니, 이 밤을 즐겁게 지내도록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줘요……」

셰헤라자드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가 할 의당한 의무니까 기꺼이 하겠다.」

이렇게 되자 샤리아르 왕도 하는 수 없이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왕은 처음에는 탐탁치 않게 여겼지만, 차차 셰헤라자드의 교묘한 화술에 말려들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계속을 듣고 싶은 나머지 이튿날 아침이 되어도 그녀를 죽이려 하지 않았다.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그녀의 재미나는 이야기는 그칠 줄을 몰랐다. 그 이야기 가운데는 조마조마한 모험담도 있고, 미스테리도 있고, 색정적인 이야기도 있었다. 어느 이야기나 다 재미있기 때문에, 어느덧 왕은 그녀의 이야기가 듣고 싶은 나머지 밤이 오는 것이 기다려졌다. 이렇게 그녀의 이야기는 1천 1야에 걸쳐 계속되는 것이다. 땅 위의 여자라는 여자는 모조리 미워하고 저주하던 샤리아르 왕이었지만, 날이 갈수록 점점 셰헤라자드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녀 속에서 천사와 같은 깨끗함과 상냥한 여자다움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그녀의 헌신적 노력으로써 왕의 여성관은 일변하였고, 셰헤라자드를 정식 왕비로 맞음으로써 전보다 더 훌륭한 명군이 되었다.

이것이 「아라비안 나이트」의 그야말로 천분의 1에 불과한 시초의 이야기다.

이 교향모음곡의 각 악장에는 표제가 붙어 있는데, 이것은 이 곡이 초연될 때 이해를 돕기 위해서 붙여졌던 것이다. 그러나 자칫 오해가 생길 염려가 있다 해서 제2판 악보가 출판될 때는 다 삭제하고 전체의 내용을 암시하는 문장만 남겼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나중에 이 곡에 대해서 이렇게 술회하고 있다.

「나 자신의 공상과 거의 같은 방향으로 듣는 이의 귀를 돌리기 위해서 곡의 내용을 암시하는 표제를 달아 봤다. 만약 청중이 이 곡을 교향곡으로서 즐기는 것이라면, 4개의 악장에 공통된 주제를 바탕으로 한, 매우 재미있는 이야기에 접하는 듯한 그런 인상을 가져주면 된다.」

이「4개의 악장에 공통된 주제」라는 것은 2개가 있다. 하나는 위엄이 있고, 또 거칠은 느낌이 드는 샤리아르 왕의 주제요, 다른 하나는 바이올린 독주로써 연주되는 상냥하고 사랑스러운 셰헤라자드의 주제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모든 이야기의 서두에는 대개의 경우 「아, 은혜로우신 임금님, 제가 들어온 바로는……」라는 왕비의 머릿말이 있고, 마지막에는 「……이때 셰헤라자드는 아침 햇살이 퍼지는 것을 보고 조심스게 입을 다물었다」라는 말로 끝나 있다.

각 악장에 나타나는 바이올린 독주에 의한 셰헤라자드의 주제는 이와 같은 왕비의 머릿말과 맺음말을 나타내고 있다. 참으로 얄미우리만큼 치밀하고 교묘한 구성이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근대 오케스트레이션의 대가」라 불린 사람이다. 그의 실력은 이 곡에서 최고로 발휘되고 있다. 작곡자 자신은 이 곡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 시대의 나의 악기 편성법은 바그너의 영향을 받지 않고, 글링카의 오케스트라의 보통 범위 안에서 매우 기교적이고 빛나는 음향을 갖게 되었다.」

이와 같은 오케스트레이션의 효과도 그렇지만, 전곡에 넘치는 동양적 선율의 아름다움은 특기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