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나물 - 김창진 카톨릭대 교수
광대나물 꽃잎의
저 적자색 빛깔이었을까
소화가 제 허리 알몸에서
숨겨온 전대(纏帶)를 풀었을 때
거기 밴 땀을
빨치산 정하섭이 떨리는 손으로
쓸었더니
그 사랑은 저 빛깔이었던가
숨어서 멀어져 가는 사랑이어
무녀가 당집에 숨겨 놓아도
그 그리움이
저 꽃으로 피었던가
(시 해설)
광대나물은 이른 봄부터 초여름까지 길가나 밭둑 같은 곳에서 군락을 짓고 살면서 작은 꽃을 피운다.
‘광대-’라는 이름은 꽃에 박힌 붉은 색 반점들이 눈썹, 눈, 코, 입 등을 고루 갖춘 갸름한 얼굴을 연상시키는가 하면
털두건을 쓰고 커다란 두 갈래 턱수염을 달고 있는 모습이 자못 코믹하게 보이는 데서 유래했을 성싶다.
시인은 이 꽃에서 광대 대신에 무녀를 본다.
그것도 소설 ‘태백산맥’ 속에서 한 빨치산을 숨겨 주며 사랑을 나누던 젊고 예쁜 무녀 소화이다.
마치 광대나물의 태생적 내력을 모색하듯이
“숨어서 멀어져 가는 사랑이어 / 무녀가 당집에 숨겨 놓아도 / 그 그리움이 / 저 꽃으로 피었던가”라고 읊는 대목에서
우리는 시적 진실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어진다.
이상옥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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