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

사랑의 거처 - 김선우

에드몽 2008. 8. 14. 12:59

 

 

 

 
 
 
사랑의 거처 - 김선우
 
살다보면 그렇다지
병마저 사랑해야 하는 때가 온다지
 
치료하기 어려운 슬픔을 가진
한 얼굴과 우연히 마주칠 때
 
긴 목의 걸인 여자―
나는 자유예요 당신이 얻고자 하는 많은 것들과
아랑곳없는 완전한 폐허예요
 
가만히 나를 응시하는 눈
나는 텅 빈 집이 된 듯했네
 
살다보면 그렇다네
내 혼이 다른 육체에 머물고 있는 느낌
그마저 사랑해야 하는 때가 온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