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

菩提(보리)를 찾아서 - 복효근

에드몽 2009. 4. 14. 20:18

 

 

(菩提)보리를 찾아서 - 복효근


남해금산의 보리암은
바다새의 둥지처럼
절벽에 매달려 있었네

그 바위 절벽이 아름답다고
바라다뵈는 바다가 그림 같다고 말하지 말라
바랑에 쌀을 짊어지고 아둥바둥 오르는
쭈그렁 보살님네들이 더 아름다운 곳

길 아닌 길만 더듬어
언제든지 뛰어내릴 수 있는 벼랑 끝
혹은, 뛰어내릴 수 있는 바다
언제나 끝만을 생각하며 걸어온 나그네에게

끝이 시작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듯
보리암은 절벽에 있었네
바닷새는 벼랑에 살고 있었네

남해금산은
가만히
세상으로 내려가는 길 하나를 풀어주고 있네

 

 

 

Chains And Threads - Annie Hasl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