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조(候鳥) - 김남조
당신을 나의 누구라고 말하리 마주 불러볼 정다운 이름도 없이 잠시 만난 우리 이제 오랜 이별 앞에 섰다.
갓 추수를 해들인 허허한 밭이랑에 노을을 등진 긴 그림자 모양 외로이 당신을 생각해 온 이 한 철
삶의 백가지 간난을 견딘다 해도 못내 이것만은 두려워했음이라 눈 멀듯 보고지운 마음 신의 보태심 없는 한개 그리움의 罰(벌)이여 이 타는듯한 가책
당신을 나의 누구라고 말하리 나를 누구라고 당신은 말하리
우리 다같이 늙어진 어느 훗날에 그 전날 잠시 창문에서 울던 어여쁘디 어여쁜 후조라고나 할까
옛날에 그 옛날에 이러한 사람이 있었더니라.....
애끊는 한 마음이 있었더니라 이렇게 죄없는 얘기거리라도 될까
우리들 이제 오랜 이별 앞에 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