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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밥풀꽃*속리산 묘봉에서
며느리밥풀꽃 - 송수권
날씨 보러 뜰에 내려 그 햇빛 너무 좋아 생각나는 산부추, 개망초, 우슬꽃, 만병초, 둥근범꼬리, 씬냉이 돈나물꽃 이런 풀꽃들로만 꽉 채워진 소군산열도(小群山列島), 안마도(鞍馬島) 지나 물길 백 리 저 송이섬에 갈까
그 중에서도 우리 설움 뼛물까지 녹아흘러 밟으면 으스러지는 꽃 이 세상 끝이 와도 끝내는 주저앉은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꽃 울 엄니 나를 잉태할 적 입덧나고 씨엄니 눈돌려 흰 쌀밥 한 숟갈 들통나 살강 밑에 떨어진 밥알 두 알 혀끝에 감춘 밥알 두 알 몰래몰래 울음 훔쳐먹고 그 울음도 지쳐 추스림 끝에 피는 꽃 며느리밥풀꽃 햇빛 기진하면은 혀 빼물고 지금도 그 바위섬 그늘에 피었느니라.
Concerto for Oboe and Strings in D minor, ll Adagio
- A Marce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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