立雪斷臂(입설단비) - 김선우
2조(二祖) 혜가는
눈 속에서 자기 팔뚝을 잘라 바치며 달마에게 도(道) 공부 하기를 청했다는데 나는 무슨 그리 독한 비원도 이미 없고 단지 조금 고적한 아침의 그림자를 원할 뿐
아름다운 것의 슬픔을 아는 사람을 만나 밤 깊도록 겨울 숲 작은 움막에서 생나뭇가지 찢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그저 묵묵히 서로의 술잔을 채우거나 비우며
다음날 아침이면 자기 팔뚝을 잘라 들고 선 정한 눈빛의 나무 하나 찾아서 그가 흘린 피로 따뜻하게 녹아 있는 동그라한 아침의 그림자 속으로 지빠귀 한 마리 종종 걸어들어오는 것을 지켜보고 싶을 뿐
작은 새의 부리가 붉게 물들어 아름다운 손가락 하나 물고 날아가는 것을 고적하게 바라보고 싶을 뿐
그리하여 어쩌면 나도 꼭 저 나무처럼 파묻힐 듯 어느 흰눈 오시는 날 마다 않고 흰눈을 맞이하여 그득그득 견디어주다가 드디어는 팔뚝 하나를 잘라 들고 다만 고요히 서 있어 보고 싶은 것이다
작은 새의 부리에
손마디 하나쯤 물려주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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