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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글

애무의 저편 - 김선우

 

 

 

 

애무의 저편 - 김선우

 

 

웃통 벗고 수박을 먹는데

발가락에 앉았다

젖무덤을 파고드는 파리 한마리

손사래도 귀찮아 노려보는데

 

흡, 부패의 증거인지도 몰라

 

눈치 챈 걸까 이제 아무도 못 믿게 돼버린 걸

구겨진 발톱, 숱하게 생발을 앓아온 희망에게

내밀 수 있는 건 소화제 몇 알

비굴하지 않게

예스라고 말할 줄 알게 된 것도 다 들통나버린 걸까

 

질기고 안전한 아랫배 속에서

냄새를 피우는 영혼의 끌탕

(왜, 노출된 내장만이 추한 것일까)

 

섹스하고 싶어, 라는 말 대신

미치도록 사랑해 널,

그의 내부도 부패중인 걸까

어지러워, 나의 절정에

왕성하게 생식하는 저 황홀한 잡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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