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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글

집 - 곽재구

 

  

집 - 곽재구


오래 전

당신이 등꽃넝쿨로 나를 붙들기 이전부터

나는 이미 당신의 집이었다


당신이 배추밭을 지나는 바람이었을 때

나는 옥양목 커튼 틈새로

설렘 많은 당신의 모습을 지켜 보았다


당신이 눈보라가 되어

내 낡은 담벼락을 사정없이 후려칠 때도

작은 창 하나에 샛노란 불빛들을 담아

당신의 아픈 길에 뿌려주고 싶었다


사랑이여

해와 달의 온기가 우리 곁에 머무는 동안

나는 늘 병들고 슬픈 당신의 동무였다.

 

 

 

Variations on a Theme from Bellini's Norma - Jean Baptiste Arb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