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름다운 글

雪日(설일) - 김남조

 

 

 

 

 

설일 - 김남조

 

 

겨울 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없이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세상을 누리자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Piano Concerto No. 2 in C minor Op.18 - Rachmaninov

 

 

'아름다운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풍드는 날 - 도종환  (0) 2009.10.17
들국화 - 천상병  (0) 2009.10.16
그대 있음에 - 김남조  (0) 2009.10.07
가고 오지 않는 사람 - 김남조  (0) 2009.10.05
아가에게 - 김남조  (0) 2009.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