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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글

旅情(여정)5 - 까보다 로까 / 손희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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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 旅情 5   ―까보다 로까


-------- 손희락 詩

 


포루투칼 민족시인 루이스 까모이스


‘여기에서 육지가 끝이 나고 바다가 시작 된다’ 읊었기에


대서양 바라보며 돌탑하나 서 있다


십자가 돌탑, 희망의 상징


길이 끝나는 곳에


또 다른 길 존재하고 있음을 외치고 있다



삶의 길에서


막다른 골목 절망의 벽은 없다


오늘 비 내리다 햇빛 나면


개미들은 먹이를 물고 행진을 시작한다



개미들이여


슬퍼하거나 절망하지 말라


누구에게나 까보다 로까


두려움 속,


빛으로 서 있으니.......

 

 

 

 

 


 

□절벽 앞에 펼쳐진 대서양. 새벽 바람이 심하게 부는 호텔 앞 바닷가 산책을 끝내고 호텔로 되돌아 와 아침 식사를 했다.

그리고 유럽의 서쪽 땅 끝 마을인 까보 다 로까(Cabo Da Roca)로 향했다. 유럽의 땅 끝 마을은 리스본에서 별로 멀지 않다.

 

테조강을 따라 서쪽으로 40Km 정도가면 된다. 그러나 길이 시골길이라 거리에 비해 시간은 좀 걸려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꼬불꼬불 포르투갈의 시골길은 매우 운치가 있다. 시골길에 자리잡은 마을들은 뒤숭숭한 세계와는 달리 평화와 행복만이 가득 고여 있는 듯 했다. 포르투갈에서는 유독 닭 그림이나 모형들이 많다. 가게나 가정집 등에 닭 그림이나 나무로 조각해 색을 입힌 닭 모형들을 걸어두고 있다.

 

 단순히 예뻐서 치장으로 장식한 것인가 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포르투갈에서 닭은 결백과 행운을 상징하는 동물이라고 했다. 그래서 행운이 항상 가득하길 기원하는 뜻으로 닭 그림이나 모형을 내다 건다고 했다. 포르투갈 시골의 평화롭고 행복한 마을들을 지나 포르투갈의 제일 서쪽 땅 끝 마을인 까보 다 로까에 도착했다. 대륙의 땅은 여기서 끝나고 절벽같이 높고 가파른 육지 앞으로 대서양이 끝간데 없이 펼쳐져 있었다. 이곳은 아프리카 대륙의 남쪽 끝인 남아공의 희망봉 보다 조금 더 섬세하게 가꾸어 놓은 듯 했다.

 

땅 끝 마을을 표시하는 기념탑도 그렇고 등대 건물도 매우 아름답게 꾸며 놓았다.

기념탑엔 16세기 포르투갈의 민족 시인 루이스 데 까무스(Luis de Camốes. 1515~1580)가 쓴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 여기 육지가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다.」 그리고 그 기념탑 꼭대기엔 십자가가 있었다. 이곳에서 대서양을 바라보니 아프리카 대륙의 남쪽 땅 끝인 희망봉에 발을 디뎠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 들었다. 바다 앞에 서면 언제나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꿈만 꾼다. 목적지도 생각이 없다. 그냥 마냥 어디든 한없이 떠돌고 싶은 생각뿐이다.

 

 

□땅 끝 마을의 언어 바람. 이 떠나고 싶은 생각이 때론 얼마나 처절한지 내 스스로 생각해도 애처로울 지경이다.

일상 생활에 잘 견디어 내다가도 어느 날 불연 듯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면 감당키 어려운 감정의 회오리 속으로 빠진다.

그럼 실연 당한 사람처럼 맥이 탁 풀린 체 떠나지 못하는 슬픔을 속으로 삭힐 수밖엔 없다.

 

지금도 여행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 광활한 대서양을 바라보고 있으니 한정 없이 낮선 곳으로만 떠돌고 싶은 생각뿐이다.

이번 여행이 벌써 끝나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땅 끝 마을엔 지독한 바람이 불었다. 아프리카 남아공의 희망봉에서도 서 있기 힘들 정도로 심한 바람이 불었는데 어디에서나 땅 끝 마을의 언어는 바람인 모양이다.

 

이 땅 끝 마을엔 아담한 선물 가게와 카페ㆍ식당이 있었다. 선물 가게에서 포르투갈을 기념할만한 작은 기념품 몇 개와 포르투갈과 관련된 책 두 권을 샀다. 이곳에 있는 관광 안내소에선 이곳을 찾은 여행자의 이름과 방문한 날짜가 들어간 「유럽 최서단 방문 증명서」를 발급해 준다. 일련 번호가 있는데 그것은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의 숫자다. 물론 공짜는 아니고 돈을 주어야 한다.

 

땅 끝 마을을 둘러보고 신트라(Sintra)로 떠났다. 신트라는 땅 끝 마을에서 내륙 쪽으로 17Km, 리스본에서는 서북쪽으로 약 29km 떨어져 있다. 신트라는 포르투갈에 민주 공화국이 선포된 1910년까지 왕과 왕족들이 살던 여름 별장이 있는 곳이다.

 

왕과 왕족이 여름마다 이곳으로 와서 지내던 곳이라 이곳의 경치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아름다운 궁전과 울창한 숲이 있는 동화 속의 마을이다. 영국 시인 바이런이 이 마을을 다녀 간 뒤 이 마을을 「에덴의 동산」이라고 했고 시로서 극찬했다. 신트라는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의 문화 유산 도시로 지정돼 있다.

산꼭대기에 있는 낭만적인 궁전 옆에 페나 공원이 있다.

이곳엔 세계 각국에서 가져온 3천여 종의 식물이 있고 입장료를 받고 공개하고 있다.

이 입장료는 페나 공원 뿐 아니라 두 곳의 궁전도 함께 관람 할 수 있다. 월요일은 문을 닫는다.

신트라까지는 리스본의 로시오 역에서 기차가 자주 있다. 45분 정도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