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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글

북엇국 - 김선우

 

 

 

북엇국 - 김선우

 

 
길 가다 한 사내 보았는데
글쎄 낯이 익어
한 천년 된 마음은 뜨거웁고
건널 수 없던 서늘한 강은 깊어
꽃잎 한장 나부껴 떠오더라는 얘긴데

이생에 어긋나면 어느 골짜기 바람이 될까
만취한 사내 아랫목에 누이고
북어를 땅땅 두드렸다는데
부끄러이 내 껍질 벗고 여윈 살점을 추려
더운 국물 한사발 끓여 올렸다는데

한 천년 곰삭여온
깊은 잠 달디달게 자고 일어났더니
내가 없더라는 얘긴데
밥상머리 정갈하게
내 뼈만 소복소복 쌓였더라는 얘긴데

눈부신 빈 사발
그제사 찰랑거리네

 

 

Fryderyk Franciszek Chopin

/ Etudes (12) for piano, Op. 10  
No.11 In E Flat Maj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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