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 여자가 눈 덮인 골목을 몇 점 오려 널고 있었네
사내는 휠체어에 앉아 2층 옥상을 내려다보았네
그 여자의 빨래건조대를 아파트 3층 발코니로 바짝 끌어 당겼네
교회당 종소리가 얼음처럼 단단한 사내의 바깥공기를
말랑말랑하게 두드려주었네
하얗게 빛나고 있었네
흘려놓고 싶어 가만가만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네
좀처럼 꿈쩍하지 않는 발바닥에 바퀴나 깃털을 달고 싶었네
빨래들이 햇살을 물고 금방 피라미 떼처럼 꿈틀거렸네
젖은 수건 한 장이 손을 뻗어 여자의 어깨를 어루만졌네
그 여자의 발끝에서 시가지 쪽으로 하얀 길이 달려나갔네
사내의 지루한 세상은 너무 아름다워 멀리 있었네
여자의 눈에 쉽게 끌려온 시가지가 여자의 입술에 웃음을 새겨 넣었네
물리는 여자의 가슴이 높은음자리표처럼 출렁거렸네
사내는 목을 빨래처럼 길게 쭉 내밀었네
햇살이 사내를 자꾸만 간질였네
두 개의 바퀴자국을 내며 사내는 굴러가고 있었네
'아름다운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풍경의 깊이 - 김사인 (0) | 2008.07.12 |
---|---|
네 눈망울에서는 - 신석정 (0) | 2008.07.12 |
나는야 세컨드 1 - 김경미 (0) | 2008.07.10 |
편력 - 김경미 (0) | 2008.07.09 |
옥탑방 - 안현미 (0) | 2008.07.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