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력 - 김경미
파꽃이 피었던가요
국화꽃 매워 울었던가요
맨발로 저녁 강물 위를 한없이 걸었던가요
편지들 모아 양지바르게 무덤을 세웠던가요
눈물이 바다로 가자던가요 갈대 소리나는
흐르는 기찻길 따라 너무 먼 곳까지 갔던가요
헌 옷처럼 낡아가는 시간들을
가며 가며
적. 멸. 에 당도했던가요
깡그리 불타 사라지는 것들
없는 것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던가요
한겨울의 적멸보궁, 마침내
상복처럼 흰 눈발 쏟아지고 가로등도 무너지고
신발이 더는 움직이지 못하고 마침내 그리운
입적.
그후.
비로소 그 어떤 다른 목숨이 생기던가요
스산한 겨울 나무들이
푸르른 형광빛을 내던가요 비로소 무엇도
아무것도 아니던가요
아무것도 아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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