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날들 - 양애경
행복이란
사랑방에서
공부와는 담쌓은 지방 국립대생 오빠가
동당거리던 기타소리
우리보다 더 가난한 집 아들들이던 오빠 친구들이
엄마에게 받아 들여가던
고봉으로 보리밥 곁들인 푸짐한 라면 상차림
행복이란
지금은 치매로 시립요양원에 계신 이모가
연기 매운 부엌에 서서
꽁치를 구우며 흥얼거리던 창가(唱歌)
평화란
몸이 약해 한 번도 전장에 소집된 적 없는 아버지가
배 깔고 엎드려 여름내 읽던 태평양전쟁 전12권
평화란
80의 어머니와 50의 딸이
손잡고 미는 농협마트의 카트
목욕하기 싫은 여덟 살 난 강아지 녀석이
등을 대고 구르는 여름날의 서늘한 마룻바닥
영원했으면… 하지만
지나가는 조용한 날들
조용한… 날들…
'아름다운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餘韻(여운) - 조지훈 (0) | 2008.07.17 |
---|---|
달에 가는 기차 - 신현정 (0) | 2008.07.16 |
버진 팁(virgin tip) - 양애경 (0) | 2008.07.14 |
풍경의 깊이 - 김사인 (0) | 2008.07.12 |
네 눈망울에서는 - 신석정 (0) | 2008.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