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름다운 글

가을, 달, 밤 - 복효근

 

 

가을, 달, 밤 - 복효근

 

 

누가 나를 불렀나
풀섶은 작은 은종
은종을 떼로 흔들어대서는
아무도 없는
내가 뜰에 내린다


없는 그 누가 내 곁에 있다는 말이냐
아무도 나를 울리지 않았으나
나 어깨를 들먹인다
내 아무도 울리지 않음으로 하여서도
또 누가 울었는지
풀잎 이슬마다 달이 지는구나


까닭도 사연도 없이
다정도 깊으면 병만 같아서
때없이 앓아도 좋을 만큼
목은 메어서도 좋을 만큼은
가을, 달, 밤은
그리움은 하나 깊어도 좋겠다

 

 

'아름다운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연 - 복효근  (0) 2008.08.29
He wishes for the cloths of heaven <하늘의 천> - W.B. Yeats  (0) 2008.08.28
淸貧 - 복효근  (0) 2008.08.27
상처에 대하여 - 복효근  (0) 2008.08.26
엉겅퀴의 노래 - 복효근  (0) 2008.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