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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글

빙산 - 박형준

 

 

 

 

빙산  - 박형준

 

 

   당신에게 얼음 정원을 선물하던 밤

  바람에 낡은 문짝처럼

  빙산이 삐걱거리는 밤

 

  당신에게로 가는 문처럼,

  또 하나의 나라가

  심연 속으로 내려간다

  사원 같은 빙산이

  밤바다로 꺼져간다

  문자들이 떠다닌다

 

  얼음에 박혀 있는 꽃씨처럼

  눈동자 속을 떠다닌다

  당신이 핥아 준다면

  모두 꽃을 피우련만

 

  당신에게 얼음정원을

  선물하는 밤

  눈동자 속에서

  별을 핥는 북극곰

  유빙을 타고 떠다닌다

 

  빙산이 밤의 수평선에서

  침몰하는 소리

  거품 이는 말들

  밤새 떠밀려와 해안을 씻어낸다

  슬픈 사제처럼

 

 

 

the encou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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