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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글

몽고반점 - 박형준

 

 

 

 

몽고반점 -  박형준

 

 

  세상의 가장 부드러운 엉덩이

  깊다란 슬픔을 더듬어

  내려온 저 빛은.

 

  창의 거기에

  목숨이 짧은

  푸른 눈의 잠자리가 떨고 있다.

 

  사방이 담장으로 막힌

  가장 낮은 굴에 내려와

  비밀 한 자락을

  슬쩍 내비치고 사라지는

  정오의 빛은.

 

  추운 대양을 건너와

  사막에서 여름을 나는 마젤란펭귄처럼

  짧은 날개를 겨드랑이에 붙이고

  그는 지금 관목숲에 번지는,

  해를 바라보는 중이다.

 

  하루에 한번 빛이 드는 창

  빛을 기다리며 그는 순결해진다.

  실핏줄이 가시지 않은

  어린 꽃잎처럼

  잠시만 투명한 빛이 머무는

  정오의 지하방

 

  모든 자연의 의식 속에서

  가장 무죄한 저 멍자국,

  하느님이 가난한 자의 창에

  하루에 단 한번 불어넣는 숨결이다.

  푸른 눈의 잠자리가 거기,

  아직 눈부시게 떨고 있다.  

 

 

IntoThe Light - Kyoko Fuk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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