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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따라 발길따라...

지리산 무박종주(벽소령 - 선비샘 - 영신봉)

 

벽소령을 지나 세석평전으로 발걸음이 이어졌다.

청산유수님 오른쪽 무릎관절의 통증이 찾아왔다.

전에 아픈무릎땜에 한의원에서 침을 맞아 좋아졌다고 했는데...

산길을 오래걸으니 아픔이 도진 모양이다.

갈길은 먼데...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청산유수님은 하늘이 두쪽나도 천왕봉을 찍고 하산하리라 장담하셨는데...

쉬는 시간이 잦아져 산행시간이 다소 길어졌다.

 

 

벽소령을 지나 세석평전쪽으로 500m 걸어오니 대성리쪽으로 햇빛이 비췄다.

그러나...

낮게 흘러가는 검은 구름이 금새라도 비를 뿌릴 기세다.

 

물기를 많이 먹은 구름이 잣나무나 전나무 소나무 잎에 부딛쳐

물방울이 맺혀 산길에 떨어졌다.

겨울에는 상고대로 피어났을텐데...

지리산의 겨울은 상고대가 많이 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작년 11월 말 한라산 산행때 상고대의 멋진 풍경이 떠오른다.

 

 

 

林道 인 듯한 넓은 길가에 핀 이름모를 야생화

 

 

숲개별꽃(가는잎개별꽃)의 접사가 똑딱이로 담았지만 제대로 잡혔다.

산길마다 숲개별꽃이 절정이다.

 

 

 

산길옆에 잘린 나무로 울타리가 쳐졌다.

 

 

에드몽...

스틱을 적절히 이용하면 무릎관절의 압박을 줄여주고

체중을 분산시켜주므로 체력소모를 최대 30%를 줄여준댄다.

이번산행에서 스틱이 없었다면

더 힘들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스틱에게 고마울 뿐이다.

 

 

등산로에 산객들이 줄을 섰다.

산길을 걷기 힘들정도로 많은 분들이 지리산을 찾았다.

 

 

 

 

 

 

선비샘의 유래

덕평봉을 등지고 남쪽 상덕평 능선에 샘터가 있으니 이 샘을 선비샘이라 부르는데

수량은 비록 적으나 마르는 일이 없고

그 주위가 평탄하고 넓어서 야영하기에 적합하다.

그 샘터 위에 초라한 고분이 하나 외로이 자리잡고 있으니

이 무덤과 샘에 얽힌 한 화전민의 서글픈 사연은 지금도 우리들에게 연민의 정과 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옛날 덕평골 아랫마을에 이씨 노인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노인은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화전민의 자손으로서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가난에 쪼들리며 평생을 살아야 하는 박복한 사람이었다.

그러다보니 배우지 못하여 무식한 데다 인상마저 못 생겨서 그 인품이 몹시 초라하여

주위 사람들로부터 천대받으며 살아야 했다.

그러나 노인은 평생에 한번이라도 사람들에게 선비 대접을 받아 보았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늙어 세상을 떠나면서 아들 형제에게 유언을 하되,

자신이 죽거든 그 시체를 상덕평 샘터위에 묻어 달라고 부탁했다.

효성스런 아들들은  훗일 그 아버지의 유해를 샘터위에  매장했다.

그로부터 매년 지리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이곳을 지날 때는 꼭 샘터에서 물을 마시게 되고

물을 마실 때면 반드시 노인의 무덤앞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하게 되어

노인은 생전에 그리고 한이 되었던 선비 대접을  무덤속에서 받으며 흐믓한 미소를 지었으리라.

후일 이 동네 사람들이    

이 노인의 불우했던 생전을 위로해주기 위한 소박한 인정으로

이 샘을 선비샘이라 부르게 된 것이라고 전한다.

 

청산유수님이 선비샘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받고 있다.

샘물이 꿀맛이다.

이 높은 산에서 맑은 물이 흐르다니...

경이롭다.

 

 

세석평전쪽으로 이어진 산길...

 

 

등산로에 일부러 돌을 가져다 놓은 듯이

산길은 돌투성이다.

 

 

 

 

 

구름이 덥힌 숲속에서

휘파람새소리가 들린다.

휘파람새는 여름철새로 중국남방에서 월동하고

우리나라에 들어와 번식하는데.......

지리산 능선에서 특유의 맑은 목소리로 지저귀고 있다.

 

휘파람새는

지리산의 주릉같은 높은산에서 서식하지 않고

저지대의 삼림지대에서 번식하는데

보금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지친 날개를

지리산 주릉에서 잠시 쉬어가나 보다.

 

 

 

 

 

태백산맥의 빨치산 염상진과 하대치

그리고 토벌군 대장 심재모

지리산의 빨치산 박태영과 하준규, 이현상 

그리고 우익지식인 이규,하영근

그들은...

이 길고 험한 산길을 걸으며

무슨생각을 하였을까?

 

그들 모두 투쟁하는 방식이 달랐지만

조국의 안정과 평화

그리고 국민들이 처한 암울한 현실을 타개해서

자유, 민주, 평등 국가체제 아래서

모두가 잘먹고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을 것이다.

 

빨치산과 토벌군이 서로 쫏고 쫏기며

처절한 전쟁을 하면서

지리산자락에 뼈를 묻은

젊은이들...

 

그들의 영혼을

지리산은

오늘도 묵묵히 품고 있다.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곰의 위험성을 알리는 현수막

인간들이 욕망에 의해 멸종된 지리산의 반달곰...

복원이 이루어질까?

인간의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데 말이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인간의 미래가 존재하지 않을까?

 

 

 

맑은 날 이곳에서 천왕봉을 조망할 수 있다는 안내문인데...

운무로 덥힌 지리산...

비가 내리지 않으면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하늘은 찌푸려있다.

 

 

 

 智異山 -  신석정


崇古한 山의 Esprit는
모두 이 山頂에 集約되어 있고
象徵되어 있다.
-하여
神은 거기에 내려오고
사람은 거기 오른다.

1
六月에 꽃이 한창이었다는 「진달래」 「石南(철쭉)」 떼지어 사는 골짝.

그 간드라진 가지 바람에 구길 때마다 새포름한 물결 사운대는 숲바달 헤쳐나오면,

물푸레 가래 ,전나무 아름드리 벅차도록 밋밋한 능선에 담상담상 서 있는 자작나무

그 하이얀 자작나무 초록빛 그늘에,

射干(범부채의 뿌리), 나리 모두들 철그른 꽃을 달고 갸웃 고갤 들었다.

2
씩씩거리며 올라채는 가파른 斷崖.

다리가 휘청휘청 떨리도록 아슬한 산골에 산나비

나는 싸늘한 그늘 桔梗(길경:도라지)이 서럽도록 푸르고

선뜻 돌 타고 굴러오는 돌돌 굴러오는 물소리 새소리

갓 나온 매미소리

온 산을 뒤덮어 우람한 바닷속에 잠긴 듯하여라.

3
더덕 으름 칡 서리고 얽힌 넌출 휘휘 감긴 바위서리,

그저 얼씬만 스쳐도 물씬 풍기는 향기,

키보담 높게 솟은 고사리 고비 관중 群落에 마타리 끼워 어깰 겨누는 덤불,

짐승들 쉬어간 폭싹한 자릴 지날 때마다 무심코 나도 뒹굴고 싶은 산골엔

헐벗고 굶주린 자취가 없다.

4
발 아래 구름이 구름을 데불고 우뢸 몰고 간 골짝엔 어느덧 빗발이 선하게 누비는데,

전나무 앙상한 가지에 유난히도 눈자위가 하이얀 동박새

외롭게 우는 소릴 구름 위에 위치하고 듣는 斜陽(석양과 같은말)도 향그러운 길섶,

늙어 쓰러진 나무를 나무가 한가히 베고 누워 산바람 속에 숨이 가쁘다.

5
길 넘는 억새 시나대 번질한 속을 짐승인 양 갈고 나가면

山頂 가까이 들국화 산드랗게 트인 꽃벌판 눈부신 언저리에,

山木蓮도 꽃진 자죽에 붉은 열맬 숱하게 달고,

층층나무랑 나란히 섰다.
예서부턴 짤달막한 나무들이 얼굴만 뾰주름 내밀고,

남쪽으로 다정한 손을 흔들며 산다.

6
해가 설핏하기 앞서 재빠른 귀또리, 산귀또리 서로 부르는 소리,

어느 골짜구니에선 벌써 자즈러지게 소쩍새 울어예고,

자주 구름이 쓰다듬고 가는 山頂에 산을 베고 누우면,

하이얀 구름이 하이얀 커튼 사이사이 손에 잡힐 듯 촉촉 고갤 들고 솟아나는 별.

뻗어간 산맥의 검푸른 물결도 높아,

으시시 한여름밤이 차라리 겨울다이 칩다.

7
불피워 닦은 자리 아랫목보담 정겨운 山頂.

텐트 자락 살포시 젖히고 고갤 내밀면,

부딪칠 듯 떨어지는 잦은 유성도 골짝을 찾아 묻히는 밤.
어서 보내야 할 얼룩진 오늘과,

탄생하는 내일의 생명을 구가할 꿈을 의논하는 꽃보라처럼 난만한 露宿.

벌써 쌔근쌔근 산새처럼 잠이 든 벗도 있다.

 

 

 

 

지리산은 조릿대로 이루어진 산인듯하다.

이들로 인해 다양한 야생화와 잡목이 자라지 못하고

종의 다양성측면에서 좋지 않은 현상이다

이들은 끊임없이 지리산 점령하고 있다.

 

 

박새

 

 

 

 

 

 

 

 

 

 

 

 

 

 

 

 

 

 

 

구름이 영신봉을 삼키고 에드몽마져 삼켜버릴 기세다.

멋진 풍경을 조망하지 못하고

담아오지 못한 아쉬움이 너무크다.

 

 

 

 

 

새벽3시에 아침을 들었으니 배가 고프다.

산길에 앉아 쉬면서 쵸코바를 먹고

 아내가 만들어준 쑥으로 만든 개떡(?)과 가래떡을 씹으며 허기를 달랬으나

영신봉에 오르기 전

12시 40분에 산악회에서 제공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들기로 했다.

지금까지 8시간 40분을 걸었다.

 

산길옆에

도시락을 펴놓고 젓가락을 들어 밥을 먹으려는 순간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점심먹었어...ㅎ

 

 

 

 

Symphony No.1 in D major - Hayd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