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을 오르고자 꿈꿔왔던 이유는
대한민국의 명산이기도 하거니와
이병주님의 지리산과 조정래님의 태백산맥을 접하면서 동경하게 되었다.
격동기 조국의 미래와 민초들의 처절한 삶을 걱정하고
홀연히 자신의 몸을 던져
세상의 변화를 꾀하고자 했던 분들을
깊고 넓은 품으로 품어준 지리산
암울한 시대에 치열한 삶은 살았던 젊은이들이
조국의 현실을 고민하며
걸었던 지리산의 산길을 걸어보고 싶었다.
그동안 지리산은 몇번 다녀왔지만
변방만 헤멨는데...
이 시간 성삼재에서 임걸령을 거쳐 영신봉을 지나
세석평전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세석평전은 넓다란 밭의 지형으로
철쭉밭으로 알고 있는데...
구름에 덥혀있어 그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지리산은
넓이가 440.5㎢로 1억3,000만평이 넘어 여의도의 55배쯤 되며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주릉의 거리는 약 100리가 넘으며
지리산의 둘레가 약 800리라고 한다.
지리산의 10경은
노고단운해, 피아골단풍, 반야봉낙조, 벽소령명월,
세석평전철죽, 불일폭포, 연하봉선경, 천황봉일출, 칠선계곡, 섬진청류이며
해발 1,000m가 넘는 봉우리가 30여개가 넘으며
지리산이 품고 있는 사찰도
화엄사, 연곡사, 천은사, 쌍계사, 칠불사, 대원사, 법계사, 실상사 등 대찰만 10여 개를 헤아린다.
영신봉을 넘어오니 세석평전에 운무가 자욱하다.
한치 앞도 안보일 정도다.
구름이 덥여있으니 산길과 산길옆의 잡목만 보이고
우리는 세석대피소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지리산 주릉에 있는 숲은 아직도 동면중이다.
아직도 봄을 꿈꾸는 듯...ㅎ
세석평전의 진달래나무가 산객들보다 키가크다.
꽃피우려고 봉오리를 맺었으나
변화무쌍한 고산기후 탓인지 꽃잎을 열지 못하고 있다.
조릿대와 참꽃(진달래)와 잡목이 어우러진 세석의 산길을 내려오다
잠시 멈춰
걸어온 산길을 담아봤다.
운무에 덥힌 세석대피소
민족의 과거역사를 지켜본 지리산의 세석평전...
그 아픔을 아는지
참꽃과 조릿대 그리고 잡목이
서로 뒤엉켜 잘자라고 있다.
세석평전(細石平田:1,400~1,714m)
세석고원은 잔돌이 많은 평야와 같다하여 옛부터 세석평전이라 일컬어 왔다.
세석고원의 최고봉인 촛대봉에서 서남방향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펼쳐지는 광활한 세석평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고원으로서 그 주위가 12km나 된다고 하며,
상,중,하로 식물분포가 구분되어있다.
상층은 황량한 초원지대로서 지보초,좁쌀풀,산새풀 등 여러 종류의 초생(草生) 종류가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중간층은 철쭉이 군락하는 관목지대이며,
하층은 구상나무와 물참나무 즉 상록수와 활엽수가 혼유림을 이루고 있어
등고선별 식물생태의 자연분포를 나타내고 있다.
청산유수님이
세석평전의 자생식물을 소개하는
입간판을 보고 있다.
이슬비가 내리는 세석대피소
산객들이 비옷을 입고 장터목으로 향하고 있다.
세석대피소에시 시간을 보니
13시 30분이다.
세석까지 9시간 30분이 걸려 도착했으니
장터목을 거쳐 천왕봉에 오르려면 시간이 부족하다.
현재시간으로 보면
백무동 주차장까지 18시까지 도착하기도 버거운 것이다.
촛대봉으로 바쁜걸음을 옮기면서
청산유수님이 백두대간늑대님께 전화를 시도했으나 통화권밖이고
촛대봉에 올라서야 백두대간님과 통화가 이루어졌는데
천왕봉을 오르지 말고 백무동으로 내려오랜다.
오늘 대전에 올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천왕봉을 둘러보고
백무동으로가서 숙박하자고 제안하였으나
청산유수님은 오늘 올라가야한댄다.
천왕봉에 오르지 못한다고 하니 다리에 힘이 풀리고
피로가 엄습해왔다.
지리산은 산이 높아서 하산길도 평균 6km가 넘는다.
2~3시간을 내려와야 한다.
힘든 산행이 다시 시작되었다.
청산유수님의 뒷모습이
다리에 힘이 풀린듯 힘이 없어보인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촛대봉의 경관이 좋았지만
이곳저곳 조망할 틈도 없이
시간에 쫏겨 사진 몇 장을 담고 연하봉을 향해 발길을 재촉했다.
연하봉이다.
이봉우리를 넘어야 장터목에 닿을 수 있다.
촛대봉에서 내려오는 청산유수님
연하선경 (燃霞仙境)
세석고원과 장터목 사이의 연하봉은
기암괴석과 층암절벽 사이로 고사목과 어울러져
운무가 이 봉우리에 머물다가 바람처럼 흘러가곤 하여
이곳 에 앉아 있으면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연하봉을 뒤로하고...
천왕봉(1,915m)이 구름에 덥혀있다.
접근을 허락하지 않으려면 자신의 모습이라도 보여주지...ㅎ
천왕봉은 경상남도 산청군과 함양군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지리산의 주봉이다.
대한민국에서 한라산(1,950m) 다음으로 높다.
천왕봉에서의 일출은 하늘이 열리는 듯 장관이라하여 지리 십경 중의 하나로 꼽히는데,
구름에 가리는 날이 많아 삼대가 덕을 쌓아야만 볼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란다.
에드몽은 덕을 덜 쌓은 듯하다.
조상님이라도 덕을 쌓아놓았으면 후손인 내가 덕을 볼텐데...ㅠ..
그런 복이 내겐 없는 듯 하다.
언제 덕을 쌓아 천왕봉의 비경을 볼래나~!
장터목대피소 전경
좌측으로 내려가면 백무동 우측으로 내려가면 중산리다.
장터목의 유래
천왕봉의 자매봉인 제석봉의 남쪽능선 고개마루를 장터목이라 부른다.
장터목은 옛날에 천왕봉 남쪽 기슭의 시천주민과
북쪽 기슭의 마천 주민들이 매년 봄가을 이곳에 모여서 장(場)을 세우고
서로의 생산품을 물물교환한데서 지어진 이름이라 한다.
장터목고개에서 가파른 비탈길을 따라 오르면 제석봉,제석봉 정상은 넓은 고원을 이루고 있다.
이곳은 한국전쟁 직후까지도
수천 그루의 아름드리 구상나무 거목들이 원시림의 장관으 이루고 있었다 하는데
자유당 말기에 도벌로 인하여
애석하게도 그토록 웅장했던 삼림은 사라지고
황량한 초원으로 변하여 옛 자취를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
제석봉을 넘어서 고색창연한 고사목의 앙상한 선골(仙骨)들이
암벽 기슭에 위태로이 나열하고 있는 고산지대의 특이한 선경을 감상하며
가파른 몇 개의 봉우리를 숨가쁘게 넘고 넘으면 천왕봉을 지키며
하늘과 통한다는 마지막 관문인 통천문(通天門)에 이른다.
동굴 입구에 고색창연한 옛날 필적으로
"通天門"이란 대각자(大刻字)가 암굴 동문의 신비와 위엄을 더해주고 있는데
옛부터 부정한 자는 출입을 못한다는 전설이 있다.
장터목에서 천왕봉까지 1.7km
천왕봉에 오르려면 왕복 2시간이 필요하다.
장터목에서 바라본 연하봉
천왕봉등정을 포기하고 백무동으로 하산을 택했다.
5.8km
당초 목표를 포기하고 하산하려니 5.8km가 천리길 같다.
몸도 마음도 지쳐있고, 긴 산행으로 무릎이 고장날 지경에 이르렀다.
하늘에선 본격적으로 빗물을 뿌리려하고
비옷을 꺼내입어야하겠다는 갈등을 하는 순간이다.
하산길이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옆으로 나 있으며
하산길이 다시 위로 올라가도록 되어 있는지
청산유수님이 푸념을 한다.ㅎ...
심신이 몹시 지쳐기 때문이리라.
비옷을 입지 않으면 옷이 젖어 길을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렸다.
빗속이고 몸이 지쳐있어 카메라 조작을 할 수가 없어
우중에 찍은 사진이라 촛점이 맞지 않았다.ㅎ
하산길 무릎과 안전사고가 걱정이다.
긴 시간을 걸어 심신이 지쳐있는데다
쏟아지는 비로 인해 산길이 젖어 미끄럽다.
자칫 발을 헛딛여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안전사고를 대비해
걸음속도를 줄이고
무릎에 압박을 덜하도록 스틱에 의지해 계단은 옆으로 게걸음으로 내려왔으나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돌길...
너무 힘들어 자리에 주저앉고 싶은 마음이다.
하산길 막바지에 만난 때죽나무꽃
백무동 산장에 도착하니 18시 정각이다.
전체 산행거리 34.3km
산행시간 14시간...
Concerto No. 2 for Piano and Orchestra in F Major - Paisiello
주차장에 도착하니 먼저 하산한 산객들이 우리를 반겼다.
우리가 늦게 내려온 까닭에 대전으로 귀로가 늦어졌기 때문에...ㅎ
뒷풀이도 끝난 듯
총무님이 뒷정리를 하다 우리에게 막걸리를 권한다.
막걸리 두잔을 거푸 마시고
돼지고기 수육 몇점을 씹으며
차에 올라 여장을 풀었다.
그런데...
인원파악을 하던 운전기사가 한명이 아직 하산하지 않았댄다.
난 우리가 꼴찌로 내려온줄 알았었는데...ㅎ
뒤늦게 합류한 산객을 태우고 귀로에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