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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따라 발길따라...

설악산 무박종주(봉정암-구곡담계곡-수렴동계곡, 수렴동대피소 - 백담사)

 

이젠 하산이다.

중청봉에서 봉정암까지 내려왔으나

이번산행의 정점은 봉정암 적멸보궁이다.

적멸보궁 그 높은 곳으로 가까이 하려는 마음으로 왔으므로

구곡담계곡을 따라 수렴동계곡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그리고

한계령에서 봉정암을 거쳐 구곡담계곡까지 약8시간을 걸었으니

이쯤에서 다리도 쉬고 허기진 배도 채워야한다.

불교성지 적멸보궁을 찾아 부처님께 염원도 빌고 위안도 받아

마음은 풍요롭지만 육신은 고달프다.

 

 

 사자바위

 

 

 

 

구곡담계곡의 단풍

오전 10시 13분 청산유수님 산지기님과 점심식사

영지술을 한잔씩 나누고...ㅎ

산에서의 음주는 안전사고 발생우려가 있어 지양해야하나

술꾼이 산친구들과이 식사시간에 술이 없으면 허전하다.

많이도 아닌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는...ㅎ

 

이번 산행 땐 땅콩을 챙겨와 다람쥐에게 보시하리라 맘먹었지만

마음만 앞섰지 빈손으로 왔으니...

점심을 먹는 동안 다람쥐가 우리곁을 맴돌고 있다.

고시레하듯 밥알을 던져주었는데 외면하고

청산유수님이 사과를 쪼개 던져주라고 해서

사과조각을 바위에 올려놓았지만 살펴보더니 외면하고 만다.

사람들에게 길들여진 다람쥐라서

땅콩 몇개라도 얻어 먹고자 맴도는 다람쥐가 눈에 밟혀

밥알이 넘어가질 않으려 하고...

 

 

 

 

 

 구곡담계곡의 단풍

 

설악의 단풍은 이번주가 절정인듯 싶다.

침엽수를 제외하고는 모든 나무가 원색으로 물들었다.

 

 

 

 

 

  

 

 

점심을 먹고 구곡담계곡을 따라 내려오면서 사진을 담다보니

청산유수님이 안보이길래

산지기님께 물어보니 아직 내려오지 않았단다.

점심먹고 산악회 시그날 리본을 달아놓으려고 했는데

이쁘게 매지지 않아 청산유수님께 리본을 맡기고 앞서 나왔는데...

 

뒤에 남으셨다니 혼자 남겨놓고 가기도 어렵고 해서

사진을 찍으면서 천천히 내려갔다.

산지기님과는 벌써 멀어지고...

 

산엔 혼자 가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던데 난 익숙하지 않다.

나약함일까?

많은 분들과 어울리면 소란스럽고

두세명이 산길을 걸으며 아름다운 풍광을 보고 즐기며 느낌을 이야기하면서

조용히 걷는 것이 좋다.

 

 

 

 

 

 

 

 

용아장성능

 

 

 

 

티벳에서 불교성지 라싸를 향해 삼보일배를 오체투지로 행하는 티벳의 순례자들처럼

보살님들이 봉정암을 찾는 것이다.

티벳의 순례자들 보다는 봉정암에 올라 적멸보궁을 친견 하는 것이 훨씬 쉽겠지만

노구를 이끌고 험한 산에 오르는 것은 불심이 깊지 않으면 행하기 어려운 일이다.

봉정암에 오르는 분들은 산객들도 있지만 적멸보궁을 친견하고 염원을 빌러 오시는 불자들이 많다.

특히 연세 많으신 여신도님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봉정암을 오르는 불자들의 발걸음이 한국불교의 힘이 아닌가 싶다.

 

 

 

 

 

구곡담 계곡의 불타는 단풍

 

 

 

설악산 중청봉 소청봉 끝청에서 발원한 물이 폭포를 이루고 있다.

이 물은 구곡담계곡과 수렴동계곡 백담계곡을 거처 소양호로 흘러든다.

구곡담계곡엔 예로부터 만수폭포, 용손폭포, 용아폭포, 쌍용폭포가 있다고 기록되어있는데...

쌍룡폭포를 제외하고는 폭포이름을 알 수 없어 아쉬움이 크다.

 

 

 

 

 

 

 

 

 

 

 

 

 

 

 

 

쌍용폭포는 웅장하여 한컷에 담기도 여렵고

역광이지만 나누어 담았는데

햇빛이 반사되어 사진이 쓸모없이 되어 삭제했다.

 

 

 

 

금강산과 닮은 바위와 골짜기 계곡등의 이름은 금강산의 이름을 빌려와 사용한 것이 많은데

水簾洞溪谷 (수렴동계곡)도 금강산 지명에서 빌려온 이름이다.

 

 

 

  

 

 

 

한계령에 오른 산행친구들이 모두 헤어져 홀로 남겨졌다.

유수님을 기다리려는 마음으로 사진도 많이 찍고

하산하는 분들이 잘 보이는 곳에서 쉬기도 하고...

 

 

 

 

 

 

 

 

 

 

 

 

 

 

 

단풍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사진기 저장용량이 가득찼다.

쓸데없는 사진을 많이 찍다보니...ㅎ 똑딱이를 꺼내들었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다가 산악회 회장님을 만나 유수님 위치를 물어보니 모른다고 한다.

산악회 회장님이 유수님을 못만났으면 그럼 앞서 하산한 것인가?

유수님을 기다리려

한동안 여유를 부리며 가다 쉬다를 반복했는데...ㅎ

 나는 베낭을 둘러메고 하산을 서둘렀다.

구곡담계곡엔 전화기가 터지지 않아 연락방법도 없고...

 

 

 

산길의 단풍이 아름답다.

커다란 전나무틈에서 여름을 보낸 단풍나무가 원색으로 물들었다.

햇빛이 투과된 단풍잎을 담으니 더 빛이 나는 듯하다.

 

 

 

 

 

 

 

 

 

 

 

 

 

 

 

 

 

 

 

 

 

 

 

 

 

 

 

 

 

 

 

 

 

 

 

 

 

 

 

 

 

 

 

 

 

 

 

 

 

 

 

단풍을 바라보는 중년은 눈은 즐겁지만 마음은 쓸쓸함으로 다가온다.

녹음이 짙게 물든 여름엔 바삐사느라 세월을 잊고 지내다가

낙엽이 지는 가을이 오니 지나간 여름이 아쉽고

이루어내고자 했던 일들이 기대만큼 결실을 얻지 못했는데...

한해가 저물어가려하고

하릴없이 쌓여가는 세월이 원망스럽다.

 

 

 

 

오후 3시 27분 용대리행 버스를 기다리는 산객들

맨끝에 있는 산객은 언제 버스에 오를 수 있을까?

 

백담사에서 용대리까지 길지 않은 도로를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도로를 넓힌다고 국립공원을 훼손하는 것일까?

백담사 주차장은 넓다

조금만 손보면 많은 차량이 주차할 수 있는데...

 

늘어나는 등산인구로 인해 설악산은 산객들로 넘쳐나는데

이같은 불편함을 언제까지 감수해야할 것인지...ㅠ..

다리건너 백담사 입구에서 용대리행 버스를 무려 한시간을 더 기다렸다. 

저 뒤에 서있는 분들은 최소 3시간은 기다려야할 듯...

 

 

 

 

Impromptus Op.90, D.899 - Schubert

 

지친 산객들의 육신을 위로해주지도 않고 물은 잘도 흘러간다.

그들이 산객의 마음을 어찌 알랴.

물은 물이기에 커다란 바위가 있으면 휘돌아 잠시 쉬어가고

작은 돌은 굴려가며 아래로 아래로 흐를뿐이다.

 

중청 소청 끝청에서 발원하여

구곡담계곡과 수렴동, 백담계곡을 굽이돌아 소양강으로 합류하여

한강으로 흘러 서해바다에서 평온을 찾는 저 강물을

내 인생과 비교하면 어디쯤 가고 있을까?

 

짙푸른 지난여름의 숲속을 거닐면서

언제나 청춘이라 여겼는데

수렴동계곡을 흐르는 물에 떠내려가는 나뭇잎을 모습을 보니

내가 서있는 곳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인생도 물처럼 흐른다.

지금 어디쯤 흐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순간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숲은...

봄에 부드러운 연두색의 나뭇잎으로 피기 시작하여

푸르름으로 높은 곳으로 자라가며  또 살찌워가는 여름날에도,

스스로 떠나야할 때를 알아

평온을 얻고자 할때도,

고운 모습으로 세상을 밝게 해주는 가을 숲의 단풍

그 숲을 걸으며 인생의 길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