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 비요일이다.
성제봉산행을 하기로 예약하고 기상청 홈피에서 일기예보를 검색해보니 산행당일에 우산이 그려져있다.
그것도 월요일까지...ㅎ
대전에서 버스가 남쪽으로 향하고 있을 땐 구름사이로 햇빛이 비추고 있어 과연 비가 내릴까하는 기대를 했는데
버스가 전라북도 장수군으로 진입하니 차창에 빗방울이 간간히 부딪친다.
일기예보를 맞추지 못해 국민들로 부터 호된 지탄을 받은 기상청에서 선진예보기술도입을 위해
올여름 미국 오클라호마 대학교수 캐니스 클로퍼드를 영입했다고 한다.
클로퍼드교수는 미국기상청에서 30여년간 예보업무를 총괄한 기상전문가로 연봉이 3억 2천만원이라는데...ㅎ
요즘세상에서는 날씨가 인간들의 생활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어 날씨마케팅 급부상하고 있다.
기상청에서 그의 탁월한 능력을 전수받아 선진예보기술습득해서
온 국민이 일기예보를 믿고 일상생활을 편안히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지리산과 비와의 인연이 깊다.
뱀사골, 칠선계곡, 지리산종주등 지리산에 오를 때마다 비와 눈을 몰고 다닌다.
청학동에서 상불재를 넘어 불일폭포를 거쳐 쌍계사에 다녀왔을 때를 제외하고는...ㅎ
지리산은 넓은 품으로 자연과 사람을 품고 있다.
조국과 백성의 안위를 걱정하고 치열한 삶을 살고자 했던 동학혁명군과 한일합방에 반대해 봉기한 의병
그리고 한국전쟁당시 토벌대와 쫏기는 빨치산이 찾아들어
내일을 도모했던 곳이고 그곳에 뼈를 묻은 곳이다.
오늘 뿌리는 빗방울은 아마도 그분들의 눈물일지도 모를일이다.
성제봉은 경남 하동군 악양면에 있는 산으로 지리산의 주능선인 영신봉에서 남쪽으로 흘러내린 지맥이
삼신봉을 거쳐 상불재를 지나 깃대봉, 성제봉, 신선대로 이어진 지리산의 남부능선 끝자락에 있는 산이다.
원래 이름은 형제봉으로 불리웠으나 이지역 방언이 형을 성으로 부르면서 성제봉으로 이름이 바뀌었다한다.
내고향 공주에서도 어릴적에 형을 성이라 불렀으니 악양지역만의 방언만은 아닌듯 싶다.
岳陽(악양)의 지명은 신라 시대에 小多沙縣(소다사현)이었는데 35대 경덕왕 때 악양현으로 고쳐 하동군에 편입되었고
고려 현종9년(1018)때는 진주에 속해있다가 조선중종13년(1518) 악양과 화개현이 진주에 가기 너무 멀어 곡식을 운반하기 어렵다하여
義倉(의창)을 이곳에 두었으며, 숙종28년 하동군에 다시 편입되어 악양현이 되었다는 설과
당나라장수 소정방이 신라와 함께 백제를 정벌하러 왔다가
풍수지리가 완벽한 자신의 고향과 닮았다고 해서 악양이라고 이름지었다는 설이 있다.
오전 11시30분에 청학사 아랫마을 매계리에 도착하여 산행준비와 기념촬영을 하고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곳엔 벌써 한줄기 비가 지나간듯
단풍잎이 젖어 더욱 선명한 모습으로 산객을 맞이하고 있다.
산행시작시간이 늦은 편이다.
11월은 해가 짧고, 지리산은 해가 일찍져서 어둠이 빨리 찾아온다.
6시간이상 산행을 하려면 최소 10시전에 산에 오르기 시작해야 하는데...
버스가 전라북도 장수군으로 오지 않고
하동ic로 빠져나와 악양으로 왔으면 시간이 많이 절약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있다.
* 산행시간 *
산행시작(11시30분) - 청학사(11시 59분) -수리봉874m(14시 04분) - 점심식사(14시 50분) - 형제2봉(05시 18분)
- 성제봉(15시 27분) - 헬기장(15시 44분)
철쭉밭(16시) - 구름다리(16시 14분) - 신선대(16시 20분) - 입석리마을 산행종료(18시 40분)
하동 악양 성제봉 산행지도
악양면 매계리 청학사 아랫동네에서 기념촬영과 산행준비 후 산행시작(오전 11시 30분)
악양면 매계리 청학사 아래에서 바라본 성제봉 능선이
비구름에 덥여 있다.
오늘 얼마나 많은 비를 뿌려줄런지 걱정이다.
청학사 가는 길에 떨어진 벗나무 낙엽이 마치 꽃잎을 뿌려 놓은 듯하다.
가을을 밟으며
산에 오르는 산객들의 발걸음이 경쾌해 보이고
산에 오를 때마다 느끼는데...
버스에서 내려 품에 안길 산을 바라보고 산행준비를 할 땐
설레임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산이 과연 나를 얼마나 허락해줄까하는...
山菊산국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는 60~90cm이고 흰색의 잔털이 있으며,
잎은 어긋난다. 9~10월에 노란 꽃이 두상(頭狀) 꽃차례로 핀다.
꽃은 약용 또는 식용하고 애순은 식용한다.
산과 들에 나는데 한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내사랑은 - 김용택
아름답고 고운 것 보면
그대 생각납니다
이게 사랑이라면
내 사랑은 당신입니다
지금 나는 빈 들판
노란 산국 곁을 지나며
당신 생각합니다
빈 들판을 가득 채운 당신
이게 진정 사랑이라면
당신은 내 사랑입니다
백날천날이 아니래도
내 사랑은 당신입니다
하동 화개장터에서 쌍계사에 이르는 십여리에 핀 벗꽃길을 십리벗꽃이라 해서
하동하면 벗꽃이 떠오르는데
청학사에 오르는 길에도 벗나무가 많이 심어져
아름다운 단풍이 산객을 맞이하고 있다.
벗나무 낙엽을 즈려밟고 오르는 산객...ㅎ
折我 (절아) 願力(원력)
我執(아집)을 버리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세우고 부처님께 정성을 드리면 힘을 얻어 소원을 성취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청학사 오르는 길옆의 노란 산국처럼
무딤이 들녁 동정호에 핀 연꽃처럼
길옆이나 진흙속에서도 아름다움과 향기로움으로 사는 것이
멋진 삶이 아닐까
사회의 좋은자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삶을 성심을 다해 살아가느냐가 중요할 것이리라.
청학사는 조그만 암자라서
일주문대신 나무로 만든 장승이 불자와 산객을 맞이하고 있다.
(11시 59분)
청학사 약사전
가을 단풍의 최고는 역시 단풍나무다.
노랑 빨강등 다양한 색깔로 산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이른 새벽에 내린 비에 젖어 선명하다.
왼쪽으로 가면 성제동굴을 거쳐 성제봉으로 이어지는 계곡길이고
오른쪽으로 오르면 수리봉으로 이어진 능선길인데 산길이 가파를 듯하다.
현재고도 해발 370m...
지금부터 745m를 높이 올라야 성제봉에 오를 듯...(12시 05분)
한시간여를 쉬임없이 걸어온 산객들이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순간순간 산객들의 모습을 담으려는 쉬리님이 몹시 바쁘시다.
SLR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려면 열정 없이는 사진을 담기 어렵다.
가파른 산길을 걷기도 쉽지 않고
순간순간 사진기 조작도 쉽지 않고, 사진기 무게도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중산행에서는...ㅎ
쉬리님에게 박수를 보낸다.
사진이 흔들려 볼품이 없는데 산행과정이라 끼워넣어 보았다.
수리봉으로 오르는 길에 바라본 악양무딤이 들
수리봉으로 오르는 산능선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산을 들고 산에 오르다가 빗발울이 거세고
우산이 나무가지에 걸려 불편하여 비옷을 꺼내입었다.
질척한 산길이 미끄럽다.(13시 23분)
조릿대 사이로 비를 맞아가며 걷고 있는 산객
라싸에 오르는 티벳의 구도자들 처럼 처절한 발걸음이다.
수리봉874m(14시 04분)
수리봉에 오르는 산객들
비가 퍼붓고 있는데도 야속하게도 배꼽시계가 자꾸 울려댄다.
마음같아서는 정상에 오른 후에 점심을 들고 픈데...
시계도 벌써 14시 40여분을 가리키고 있고
퍼붓던 빗줄기도 잦아들고
2시간여의 산행으로 고달픈 다리도 쉬어갈겸 점심을 들기로 했다.
삼각점에 도달했다.
활공장으로 오르면 관음봉(1153m)과 상불재를 거쳐 삼신봉(1284m)에 이르고
지리산 주능선에 있는세석평전과 영신봉(1652m)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성제봉으로...(15시 14분)
악양사람들은 성제봉을 형제봉이라 한다.
형제봉이란 지리산 영신봉에서 남쪽으로 뻗은 남부능선의 끝자락인 악양의 산능선에
산봉우리 2개가 마치 형제처럼 나란이 서있다고 해서 형제봉으로 불렀는데
하동악양 방언이 형을 성으로 부르는 경향이 많아 형제봉을 성제봉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내고향 공주에서도 어릴적엔 형을 성으로 불렀으니
이지역만의 방언은 아닌 듯하다.(15시 20분)
聖帝峯성제봉 1115m(15시 29분)
에드몽...ㅎ
능선에 구름이 덥혀 조망이 어렵다.
성제봉 능선은 조망이 좋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낮은 구름이 덥여있으니 산길밖에 보이지 않고.
운무에 덥힌 숲길을
수북히 쌓여있는 낙엽을 밟고
비를 맞으며 걷는 기분은
산객만이 누릴 수 있는 낭만이 아닐까?
길위에 있는 산객의 모습이 편안해 보인다.
꼴지 산객들이 헬기장으로 들어오고 있다ㅎ
비어있는 가슴으로 산에 올라 담아야할 것이 많아서일까?
아님... 살아가며 쌓인 삶의 스트레스를 담아와 산에 퍼놓고 가려함일까?
후미를 걷는 산객은 너그럽고 여유로움이 넘치는 산객들이다.
산행의 묘미는
산과 자연과 마음을 나누면서 자연속의 나를 느껴보는 것이다.
헬기장을 덥은 구름이 걷히더니
섬진강으로 내려간 지리산 남부능선의 끝자락인 성제봉산줄기와 악양들녁 드러나고
영호남을 가로지르는 섬진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섬진강은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 신안리 북쪽 팔공산(1080m)서쪽계곡에서 발원하여
옥정호로 흘러들어 순창 곡성 구례를 지나 하동을 거쳐 광양만으로 흘러가는 225km의 강이다.
강이름은 모래가 고와 두치강, 모래가람, 모래강, 다사강으로 불리웠으나
고려 우왕11년(1385)에 왜구가 섬진강 하구에 침입하자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가 울어대서
왜구가 광양만쪽으로 피해갔다는 전설이 있어 두꺼비蟾(섬)을 붙여 섬진강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섬진강엔 수달, 은어, 재첩등이 서식하고 있다.
구례에서 하동으로 들어오는 버스안에서 섬진강을 바라보며
낚싯꾼이 은어잡이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부러워 했던...
산을 알고 부터 낚시를 잊고 지낸다.
토요일만되면 낚싯대를 짊어지고 금강으로 대청댐으로 향했었는데
이젠 마음은 낚싯터로 가지만 몸이 산으로 향하고 있다.
섬진강하면 떠오르는 문인이 김용택시인이다.
본인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인간과 자연 그리고 생명에 대한 존귀함을 글로 써온 시인으로
섬진강시인이라고도 부른다.
섬진강 - 김용택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박경리선생의 토지의 무대인 평사리와 무딤이 들녁이 보인다.
악양 무딤이 들은 원래 섬진강물이 들어오는 갈대와 모래가 있는 습지였으나
19번 도로가 개설되면서 옥토로 변했단다.
하동군의 악양은 중국의 악양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하동군 악양에 소상팔경과 동정호가 있는데 실제로는 중국의 악양에 있는 지명이기 때문이다.
악양은 중국 호남성(후난성) 북부 양자강과 동정호의 합류점에서 8km 떨어진 곳에 있는 역사가 깊은도시다.
소상이란 양자강 중류 근처에 있는 호수 동정호에 흘러드는강 瀟水소수와 湘水상수를 말하고
동정호 남쪽일대의 빼어난 경관 8곳을 소상팔경이라고 불리운다.
하동군 악양의 소상팔경과 동정호를 중국에서 따온 것은
조선조 문인들의 중국의 문물을 흠모하는 사대주의에 기초한다고 볼 수 있다.
조선조 화가 안견의 소상팔경도 8첩이 전하고 있다.(15시 46분)
성제봉을 가온데로 좌측은 하동군 악양면 우측은 하동군 화개면이다.
성제봉 철쭉받으로 들어가는 산객들
악양 무딤이 들녁뒤로 칠성봉과 구재봉이 구름에 가려 있다.
철쭉밭을 가로지르는 산길이 지그재그로 나있다.
통나무 계단을 아기자기하게 만들어 철쭉이 만발하면 이곳저곳을 두로 조망할 수 있게 하려 함일게다.
기회가 되면 철쭉꽃맞이 산행을 다시 하고픈...
잡목과 억새가 철쭉나무가 어우러진 성제봉 철쭉밭
성제봉 철쭉제단
매년 5월 둘째 일요일 성제봉에서 철쭉 산신제를 지낸다고 하니
성제봉철쭉제는 오월둘째주에 열리는가보다.
철쭉꽃이 없는 성제봉 철쭉밭은 쓸쓸함만 더해가고...(16시 02분)
포옹하고 있는 바위
섬진강과 무딤이 들에 구름이 지나고 있다.
현재시간 오후 4시 5분 아무리 빨리 하산하더라도
평사리의 최참판댁을 둘러보긴 틀린 듯하다.
성제봉산행보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가 되었던 평사리의 최참판댁을 둘러보고 싶었는데...
성제봉을 산행한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구름다리에서 바라본 붉게 타오르는 단풍
성제봉 정상부근 1100고지의 숲은 이미 옷을 벗었는데
이곳은 절정을 맞이하고 있다.
구름이 걷힌 악양 무딤이 들녁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과 동정호 습지가 보이고, 19번도로가 개설되기전엔 섬이었다는 부부송이 어렵풋이 보인다.
무딤이 들녁에 있는 부부송은 들 가온데에 소나무 두그루가 있는데 이를 가르켜
최치수의 딸 서희와 최참판댁 하인이었던 길상이 훗날 부부로 맺어져 서희와 길상의 부부송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하고
일설에는 용이와 월선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선생은 경남 통영에서 1927년 태어나
진주여고를 졸업하고 황해도 연안여자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였고
6.25동란중에 남편을 잃고 아들마저 보내고 딸하나를 두었다.
1955년 단편소설 計算(계산)으로 김동리의 추천받아 등단하여 1957년부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하여
단편과 "김약국의 딸들"등의 장편을 발표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대하소설 토지는 1969년 6월 부터 집필을 시작하여 1994년 8월 15일 완결되었는데
한국의 근 현대사에 토지를 근간으로 살아가는
여러계층간이 인간의 상이한 운명과 역사적 연관성을 깊이있게 다룬 작품이다.
25년동안 집필하는데 원고지 4만장분량이 사용되었고
등장인물이 600여명을 헤아리고 전권 21권의 방대한 규모의 역작이다.
해는 저물어가고
갈길은 멀고
박경리선생의 토지의 문학향기를 느껴보지 못하고 산행을 마쳐야한다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
(오후 4시 19분)
산행을 하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없이 산에 오르면 심신을 단련하기 위해 산에 올랐다가
안전사고로 이어져 평생동안 산에 못오를 수 있다.
지리산처럼 큰산을 오르려면 기본적인 등산복과 등산화를 비롯하여
여벌의 옷, 등산용스틱과 무릅보호대 그리고 랜턴, 비옷을 챙기고
그리고 도시락과 쵸코렛, 간식을 준비하여야한다.
지리산은 한번 오르면 최소 6~7시간이상 걸어야하므로
해가 일찍지는 늦가을이나 겨울산을 오르려면 산행시작시간을 일찍서둘러야하고
산행중에 무리하다싶으면 탈출로를 통해서 내려와야 조난을 방지할 수 있다.
Harp Concerto in A major, l Allegro molto
- Dittersdorf
오전 11시 30분에 매계리에서 산행이 시작되어 성제봉에 올라
악양면 입석리 산행종점에 도착한 시간이 저녁 6시 40분이 넘었으니 7시간의 긴 산행이다.
대전에서 출발할 땐 햇빛도 간간히 비췄지만 성제봉정상에 오르기전에 비를 만나 질척한 산길을 걸으며
온몸이 땀과 빗물에 젖어 후줄끈했지만 즐거운 산행이 아니었나 싶다.
성제봉능선에서 만난 자욱한 운무는 마치 꿈속을 걷는 기분이었고
수북히 쌓인 낙엽의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고
구름다리 아래 펼쳐진 단풍은 불이 붙은듯 붉게 타올라
우중산행으로 지친 산객에게 가을 정취를 충분히 느끼게 해주었다.
무릅아파 씩씩하게 걷지 못하는 산우들을 걱정하며
형제봉능선에서 꼴찌끼리 형제의 정을 나누며
어둠이 짙게 깔린 산길을 무사히 내려오게 된 것이 기쁘다.
아쉬움이라면 대하소설 토지의 고장 평사리에 와서
정작 박경리선생의 문학향기를 느끼지 못하고 대전으로 돌아가야한다는 것이다.
기회는 오늘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깊어가는 가을의 지리산 자락을 걸었다는 것에 만족한다.
아픔과 고단함을 참고 끝까지 씩씩하게 내려온
꼴찌 산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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