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이 아버지 기일이라서 새벽까지 형제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늦잠을 자게 되었다.
일요일 오전 모 매체에서 방영하는 퀴즈을 보며 늦은 아침을 먹으며 아내에게
산에 가자고 하니 할일이 많댄다.
어제 형님댁에서 얻어온 작은 열대어 구피를 키울 어항과 먹이를 구입해야한다고 하기에
그건 나중에 구입하고 대전둘레산을 걸어보자고 구슬렀다.
창밖엔 바람과 함께 첫눈이 내리는 것을 보니 산길을 걷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벌렁벌렁...ㅎ
상을 물리고 난 아내가 산행준비를 하고 있다.
아버지 제삿상에 올렸던 찹쌀시루떡하고 사과 몇개랑 보온병에 넣을 물을 끓이고...
전국노래자랑 진행자 송해가 오프닝멘트를 하는 것을 보며 tv를 껐다.
오늘 오를 산은 대전둘레산잇기 제3구간에 있는 마달령이다.
원래 3구간은 태실 - 마달령 - 국사봉 - 닭재로 이어진 12.2km...
대전역에서 마전가는 501번 버스를 승차하여 만인산 푸른학습원에서 하차하여 올라야하는데
초행길이라 학습원과 수련원을 착각하는 바람에
대전시동구 청소년수련원에서 하차하여 미륵사를 둘러보고 우측길을 따라 20여분을 오르니 산길이 없어졌다.
잡목이 우거진 산비탈을 이리저리 헤메다 작은 능선을 따라 오르는데
참나무 낙엽이 수북히 쌓인 산엔 눈이 내려 녹지 않아 산이 미끄럽다.
어렵게 오른 능선엔 바람이 세차게 불고
오전에 첫눈을 몰고 온 구름이 햇빛을 가려 산길이 매우 춥다.
미륵사(오후1시 45분)
버스에서 내려 20여분을 걸어 계곡으로 들어오니 조그만 암자가 있다.
미륵사 안내간판이 아랫동네에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사찰소개 입간판이나 미륵불과 오층석탑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으로보아
사찰과 불탑이 근래에 축조된 것으로 보인다.
산객이 사찰 이곳저곳을 둘러보아도 스님이니 사찰관리인은 안보이고...
미륵불과 오층석탑
미륵사 대웅보전
미륵사 우측으로 이어진 산길(오후 1시 54분)
낙엽송이 노랗게 단풍들고...
오전에 뿌린 첫눈을 안고 있는 낙엽...
가을은 아직도 머물고 싶어하는데...
둘레길에 낙엽이 수북히 쌓이고...
501봉앞의 이정표(오후2시 44분)
어느산객의 염원을 담아...
대전둘레산 잇기 산길이 개발되면서 많은 산객들이 둘레길을 찾아오는데
산객을 위한 안내는 허술한듯하다.
산길을 걷다보면 길이 갈라지는데 이정표가 없어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산길을 헤메기 일쑤다.
기왕에 시민의 건강을 위해 등산로를 개발하였으면
산을 찾는 산객들이 편안하게 산길을 걸을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길을 잘못들어 두번이나 되돌아왔던...
우리가 걷는 길은 식장산까지 이어진 길이라서
식장산으로 이어진 산능선을 따라가야하는데 중간에 능선이 사라져 버리고
때론 탈출로 방향으로 길을 잘못들어 되돌아가는 경우도 있고...ㅎ
늦가을 산행은 계절이 변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
겨울 옷을 입은 황량한 숲을 바라보면 쓸쓸함이 앞서지만
때늦은 단풍으로 눈을 즐겁게 해주는가하면
수북히 쌓여 있는 낙엽을 밟으며 걷는 기분도 좋쿠
성급히 내린 눈이 있어 기쁘다.
추부방향으로 어느산인지 모르지만
오전에 내린 눈으로 산에 눈꽃이 덮여있다.
머들령 근처에서 바라본 대전광역시
정기봉(?)
산봉우리명을 알수없다. 안내표지판도 없고...
산객의 염원을 담은 돌탑이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다.
에드몽...ㅎ
짙은 녹음으로 산객을 맞이 했던 숲이 옷을 벗어 대지를 덮어주고
-"이슬은 이슬을 만나 풀잎으로 가고 풀잎은 풀잎을 만나 숨결 도타운 땅으로 갑니다.
이 세상 뿌리들이 모두 다 손잡고 있나니...당신의 체온이 느껴집니다."-
하늘과 바람과 땅
우주의 모든것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서로 정을 나누고 사나보다.
이 추운 겨울 나무는 옷을 벗어
여름내내 자신에게 물을 주던 대지를 덮어주어
은혜에 보답하는...
살아있는 나무에 못을 박다니...ㅠ..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자연에게서 받으려고 만하고 돌려주려하지 않는...
세상을 인간중심으로 살아야한다는 그릇된 사고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자연은 파괴되고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도 결코 온전하지 못할 것이다.
대전둘레산을 걷다보면 이런 현상을 자주 목격한다.
대전시에 민원을 넣으면 그 부분만 보완되고
진전된 모습이 없다.
머들령에서 아내...
옛길 머들령엔 인적이 끊겨 낙엽이 수북히 쌓여있고...
바람만이 넘나들고 있다.
머들령 - 정훈
요강원을 지나 먿
머들령
옛날 이 길로 원님이 내리고
등짐장사 쉬어 넘고
도적이 목 지키던 곳
분홍 두루막에 남빛 돌띠 두르고
할아버지와 이 재를 넘었다
뻐꾸기 자꾸 울던날
감장 개명화에
발이 부르트고
파랑 갑사댕기
손에 감고 울었더니
흘러간 서른 해
유월 하늘에 슬픔이 어린다.
마달령은
금산군 추부면 요강리와 대전광역시 동구 삼괴동 경계에 있는 고개이름으로
옛이름은 머들령인데
전라도에서 한양으로 가던 선비들과 장사꾼,
관리들이 넘었고
때론 도적들이 고개를 넘는 나그네를 상대로 돈을 빼앗던 고개로
지금은 고속도로와 국도가 마들령아래 터널을 통해 지나가게 되면서 옛길 흔적이 조금 남아있는데
대전지역출신 시인이자 교육자인 정훈이 머들령"이라는 시를 발표하여 유명해지기 시작했단다.
지인이 다녀온 뒤
저에게 머들령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바람에 언제 가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첫 눈내리는 일요일 오후 아내와 함께 찾게 되었다.
정훈의 "머들령" 시비詩碑는 대전에서 머들령을 넘어에 있다는데
늦가을 해가 일찍 저물어 다녀오지 못했다.
머들령에서 바라본 추부면 요강리
둘레산잇기 3구간은 만인산 휴양림 태실부터 닭재까지인데
해가 저물어 산행을 머들령에서 접어야겠다.
선인들이 넘나들었던 머들령 옛길을 따라 하산을 하고...
머들령 옛 좁은길엔 낙엽만 수북히 쌓여있고
인적이 끊긴 머들령...
산아래를 관통하는 고속도로와 국도를 지나는 차량들의 소음만 요란하다.
흔적만 남은 머들령 옛길...
머들령을 지나는 대전 통영간 고속도로와
금산군 추부로 이어진 국도
늦가을 눈발이 날리는 가온데
머들령 쑥부쟁이는 산객을 반가이 맞이하고 있다.
정훈 작시 구두회작곡 박인수노래
산새와 바람이 넘나들고
달빛과 별이 쉬어가는 머들령 옛길
이따금 산객들이 찾아
옛 옛선인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는 쓸쓸함만이 남아 있는 고개
이 고갯길을 넘던 선인들의 애환이
가슴 한켠을 아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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