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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따라 발길따라...

지리산 천왕봉 산행(중산리 - 벽계사, 로타리 대피소 - 천왕봉)

 

 

작년 5월 모 산악회를 따라 지리산 태극종주를 하게 되었다.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는 있었지만 지리산 종주에 대한 열망을 버릴 수 없어

성삼재에서 노고단을 오르니 구름이 지리산을 휘감아 버린 후 13시간 30여분을

지리산 주능선의 구름속을 걸었었다.

 

구름덥힌 지리산을 걸으며

지리산이 거느린 주능선과 지맥과 봉우리를 조망하지 못했지만

산길에서 엘레지, 숲개별꽃, 노랑제비꽃,

연하천 대피소 근처에서 동의나물군락과 대면하면서 행복했었고

숲의 정적을 깨는 휘파람새의 아름다운 목소리는

에드몽의 가슴을 설레이게 하는 봄이오는소리였다.

 

산을 많이 오르지 않았던 탓에

세석평전에 다다를 즈음 몸에 이상신호가 오고...

갈길은 먼데 걸음은 더뎌지고

가다쉬다를 반복하며 장터목에 다다랐는데...

지리산의 구름이 빗줄기를 뿌려대고 우린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가던길 계속 천왕봉으로 향하게 되면 아픈다리도 문제려니와 대전행 버스에 몸을 실을 수 없고

장터목대피소에서 묵어가려면 예약을 하지 않아 불가능하고

오는 비는 어찌할꺼나...ㅠ..

천왕봉을 목전에 두고 하산하려니 다리에 힘이 풀리고

비를 맞아가며 백무동까지 3시간을 내려가야한다니 앞이 캄캄했었다.

너무나 긴 하산길...

마음은 길위에 주저앉아 버리고 싶었지만

내게 주어진 세상 쫌더 살아야겠기에 울면서 내려왔었는데...ㅎ

 

해가 바뀌기 전에 지리산종주 마침표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산행정보를 살펴보니 성탄절에 두곳에서 천왕봉에 오른단다.

예약을 하고 기다렸는데 성탄절에 비가 내린다하여 취소하고

성탄절엔 덕유산 칠봉에서 황적봉산행으로 대신하고

모산악회를 따라 일요산행으로 천왕봉에 오르게 된 것이다.

 

지리산을 향해 달리는 버스에서 바라본 겨울 날씨는 청명하다.

 

중산리 탐방안내소에서 산행준비를 마치고 천왕봉에 오르는 최단코스를 따라 산길을 걸었다.

이번 산행은 청산유수님, 산지기님, 사.달님, 단미님, 산으로님과 정사장님 내외분

모두 8명이 산친구가 되어 오르게 되었는데...

 

산행코스

중산리(09:30) -  법계사(11:29). 로타리 대피소 - 천왕봉(13:12) - 제석봉(14:41) - 장터목(14:53) - 백무동(17:11)

 산행시간 7시간 40분

 

천왕봉 산행지도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중부지방과는 달리

지리산 중산리의 기온은 다소 온화한 편이다.

 

중산리탐방안내소는 경상남도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에 있는 곳으로

천왕봉을 최단거리로 오를 수 있는 장소다.

최단거리로 오를 수 있다면 산길은 얼마나 가파를까?(09:30)

 

 중산리 탐방 안내소

 

 지리산 국립공원 안내도

 

 중산리를 향해 있는 돌계곡

 

물은 땅속으로 흐르고

돌과 돌사이 고여있는 물웅덩이 얼음속엔

낙엽이 떨어져 잠겨 있고

얼음위에 떨어진 낙엽은 서로 꼭 끌어안고 

추위를 달래고 있는 듯하다.

 

 산길을 걷는 청산유수님의 발걸음이 가벼워보인다.

 

봄부터의 염원을 이루고자 함이라서 일까?ㅎ

설악종주를 두번하고 지리산을 두루 오르다보니

너댓시간의 산행시간은 너무 쉽단다.ㅎ(09:53)

 

 

 

 

 

 

 지리산 주능선을 밟으려면 최소 6~7시간이 소요된다.

산이 높고 오르고 내리는 산길이 완만하기 때문이리라.

 

 

 청산유수님

 

 사,달님

 

지리산은 돌산이다.

지리산엔 하절기에 비가 많이 내려 흙이 씻겨내려갔기 때문일까?

돌만남아 산길이 너덜지대가 많다.(10:19)

 

 에드몽...ㅎ

 

 

 산지기님

 

 

 

 일본입갈나무 숲(낙엽송)

 

일본이 원산지로 한국에는 일제시대(1914~1924)에 들여와 조림수로 식재되고 있다.

 

 

 

 

 

망바위

 

 

망바위(10:48)

 

 

 

 

 

 

 

 

 

 

 

 

 

 

 

 

 

 

 

 한겨울

중부지방에 한파주위보가 내려진 가온데 오르는 산행이라서 그런지

산객이 많지 않아 길을 걷는데 편안하다.

 

법계사와 천왕봉에 눈에 들어온다.

 

숲은 나뭇잎이 떨어져 회색빛이지만

한겨울의 법계사 풍경이 온화하고 고즈넉해보인다.

천왕봉은 눈에 덥여있는 듯하고...

하늘은 구름한점 없는 에머랄드빛이다.(11:19)

 

 함께 올라온 산객들이 여유로워보인다.

 

가파른 산길을 걸어 다소 지칠만도하지만

지리산이 주는 아름다운 풍경을 이곳저곳 조망하고

산이 주는 감흥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작가이신 사,달님이 일행을 기념촬영해주시고...

 

 천왕봉

 

눈앞에 있어 단숨에 오를 듯 한데 아직도 해발 500미터를 더 올라야

천왕봉에 다다를 수 있단다.

 

 

 

 

 

 

 

 

 

 

 

 

이정표가 로타리 대피소에서 천왕봉까지 2km라고 가리키고 있다.

평지에서는 짧은 거리지만 산길에서 2km는 쉽게 허락하지 않은 거리다.

더구나 가파른 산길에서는...

 

 

 로타리 대피소 풍경

 

대피소에는 산객들로 분주하다.

허기진 배를 채워주고 마른 입에 물을 축여주기도하고

지친 육신을 잠시 쉬어가게 하는...

산객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곳이다.(11:25)

 

 산지기님

 

 로타리대피소에서 에드몽

 

 로타리대피소 약수터에서 물을 받는 여인

 

흘러내리는 물의 양이 너무적어 언제 병을 채우시려나...!

물맛이 일품이다.

 

 법계사 일주문

 

 

 

 법계사 적멸보궁

 

대한불교조계종 제12교구의 본사인 해인사의 말사이다.

 이 절은 544년에 연기조사(緣起祖師)가 창건했다고 하며 한국에서 가장 높은 해발 1,400m에 위치해 있다.

6·25전쟁 때 불탄 것을 최근에 중건해 절의 면모를 갖추었다.

법당 왼쪽 바위 위에는 보물 제473호로 지정된 법계사3층석탑이 있다.

(출처:웹사전)


 

 

 

 법계사 적멸보궁 추녀에 매달린 풍경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적멸보궁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은

설악산 봉정암, 오대산 상원사, 양산 영취산 통도사, 영월 법흥사, 정선 태백산 정암사 적멸보궁이다.

적멸보궁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말한다.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부처님의 정골과 사리를 가져와 봉안하였는데

적멸보궁이 벽계사에도 있다고 하는데 다소 의문스러움이 있다.

5대적멸보궁말고도 우리나라 도처의 절에 적멸보궁이 있으니 말이다.

 

보궁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화엄경을 설법한 중인도 마가다국 가야성의 남쪽 보리수 아래 금강좌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 후 보궁은 불사리(佛舍利)를 봉안함으로써 부처님이 항상 그곳에서 적멸의 법을 법계에 설하고 있음을 상징하게 됐단다.

그래서 적멸보궁에는 불상을 안치하지 않는다.

 

스님의 예불소리가 들리는 적멸보궁의 문을 살그머니 열어보니

불상이 보이지 않는다.

 

법계사 단청이 아름답다.

 

 벽계사 바위엔 온통 낙서투성이다.

왜 그랬을까?

인류를 위해 업적을 쌓아 이름을 남겨야하거늘

이름석자 바위에 새긴다고 그 이름이 후세에 빛이 날까?

 

한국인들의 이러한 습성은 국내는 물론 외국의 여행지에서도 드러난다.

어두운 자화상이 아닐까?

 

 

 법계사 극락전 추녀에 매달린 풍경

 

 벽계사 삼층석탑

 

 법계사 3층석탑은 보물 473호로써 고려초기에 축조된 탑으로 추정되는데

설악산 봉정암의 사리탑과 같이 탑의 기단부는 바위를 이용하고 3단으로 괴임위에 세운 탑으로

신비스럽기도 하고 단아하면서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늘 아래 첫 사찰이 벽계사라니 하늘아래 첫 불탑이 아닌가 싶다.

 

법계사는 동쪽을 바라보고 있어

동녁에 해가 솟으면 제일 먼저 햇빛을 맞아들이는 곳이다.

 

 벽계사 극락전

 

 

 

 

 

 

 

 사,달님...

대전광역시 사진작가협회 홍보분과 위원장님이시다.

스스로 사진에 통달했다하여 닉네임이 사,달님이다.

 

 

 

 

법계사에 일본인들이 박아 놓은 쇠말뚝

 

 법계사 보살님으로 부터 일제의 만행에 대해 잠시 설명을 들었다.

민족의 기와 맥을 끊어 한민족을 말살하기 위해

대한민국 도처의 산에 쇠말뚝을 박았다는 것은 한국인이면 모두 알고 있을터...

 

법계사가 흥하면 일본이 망한다하여

법계사에 쇠말뚝을 박았는데...

최근에 제거 했다고 한다.

처음엔 155mm포탄인줄 알았는데...

 

법계사를 빠져나와 천왕봉으로 발길을 돌리려는 산객에게

천왕봉에 오를 때 주의사항을 귀뜸해주셨는데...

천왕봉을 품으려면 달걀을 먹어서는 안된단다.

사고가 난댄다.

 

이와 관련하여 짧은 에피소드 하나...ㅎ

천왕봉에서 내려와 제석봉 못미쳐 바위 뒤에서 늦은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산으로 님이 라면과 떡을 넣어 떡국을 끓이다가 고명으로 계란지단을 넣는 것을 본

사달님이 말씀하시길

"계란을 먹으면 안되니까 절대 계란을 넣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벽계사 보살님이 계란이나 닭고기를 먹으면 사고난다고 말했다고 덧붙여 말했다.

이미 떡라면엔 계란지단 고명을 넣어 끓고 있었고...

잠시 후에 청산유수님이 떡국에다 단미님이 가져온 계란지단 고명을 넣으니까

산으로님이

"어! 거기도 계란넣었잖아요!"라고 말씀하니까

사,달님이 말씀하시길

"어? 이건 괜찮아 계란말이니까!"

ㅎㅎㅎ...

 

이미 넣어 끓이고 있는 음식 버릴 수 없고

께름칙한 마음을 접고 맛있게 먹으라는 뜻이다.

 

 

우리 일행은 떡라면과 떡국을 나누어 먹었어도 보살님의 염려와는 달리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하산했고...(11:40)

 

 

  법계사에는 적멸보궁과 극락전외에

산신각과 칠성각이 있는데...

이는 유사이래 한민족의 영적세계를 지배해온 토속신앙과 불교의 융화된 흔적이 아닌가 싶다.

 

현재 우리나라 종교는 어떤 모습일까?

토속신앙과 전래 문화와는 잘 융화되는지.....

타종교를 서로 존중해주고 있는지...

 

 

 

법계사에서 잠시 부처님에 안겨 숨을 고를 후

천왕봉으로 발길을 재촉하고...(11:46)

 

 

 

 

 

 

 

 

가파른 산길을 올라왔더니 허벅지가 뻐근해진다.

이런 몸으로 어찌 천왕봉에 오를 수 있을까

장터목에서 백무동으로 하산은 어찌하고...ㅠ..

 

산객들이 숨을 고르고 있다.

 

 

 

 

 

 

 

다리도 쉬어가고 갈증도 풀고 갈까해서

베낭속의 사과 두개를 꺼내  유수님, 사,달님과 나누어 먹었는데

가파른 산길을 오르며 땀을 흘리고 점심때가 지나서인지

맛이 달다.

 

 천왕봉에 가까이 오르자 산길엔 눈이 쌓여 있고

코끝을 스치는 바람도 차갑다.

 

 

 사,달님이 과거 천왕봉에 오를 때

이곳에서 다리에 쥐가 나서 응급처치를 받아야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회상 하고 있다.(12:16)

 

 

 어느 산객이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을까?

가파를 산길에 말없이 서있는 눈사람이 이채롭다.

 

마음이 얼마나 여유로워야

산길을 걷다가 눈사람을 만들어 놓을까?

그분의 여유로움이 힘들게 산길을 걷는 산객에게 위로와 격려를 해주고 있다.

 

 

 천왕봉 동남쪽 산길 옆에 있는 나무가지가 어지럽다.

나무는 반듯하고 자라고자 했을 텐데...

겨울의 거센 바람과 추위가 이런 풍경을 만들어 놓지 않았나 싶다.

 

가지 많은나무 바람잘날 없다더니...ㅎ

 

 

앞서가시던 산지기님과 단미님이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계셨다.

단미님이 보온병에 담아오신 달콤하고 따끈한 차를 주셧다.

이 높은 산에서 달콤한 차를 마시다니...ㅎ

 

단미님께 감사드린다.

우리나라말로 사랑스런 여자라는 뜻이라던데...

마음이 따뜻하심일게다.(12:26)

 

 

 

 

 ㅎㅎㅎ...

천왕봉 코앞에 있는 듯한데

굽어있는 산길따라 오르려니 멀기만 하다.

청산유수님과 사,달님이 천왕봉을 바라보고 있다.(12:29)

 

 

 

 

 

개선문

 

천왕봉에 오르려면 동쪽으로는 개선문 남서쪽으로는 통천문을 지나야한다.

중산리에서 법계사를 지나 천왕봉에  오르다보면 만나게 되는데

두개의 커다란 바위가 산길 양켠으로 지키고 있어 마치 문안으로 들어가는 형상을 하고 있으나

오른쪽 바위는 벼락을 맞아 잘려져 나갔다.

개선문의 원래이름은 개천문(開天門)이라 불리웠으나 지금은 개선문이라 한다.

개천문은 하늘에 이르는 문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면...

개선문을 경계로 아래로는 인간계(人間界), 개선문을 통과하면 천계(天界)란 말인가!ㅎ(12:35)

 

 

 

 

 개선문앞에서 청산유수님이 걸음을 멈추고

생각에 잠겨있다.

 

 

 개선문을 지나 잠시 천왕봉을 바라보고

 

 

 

 

 

 

 

 

 

 

 천왕봉에 이르는 마지막 철계단

 

 

 

 

 

깔딱고개...ㅎ

 숨이 가빠서 숨이 넘어간다는 고개

 

 

 

 

 

 

 

 

진주 촉석루 앞을 흐르는 남강의 발원지 천왕샘(12:54)

 

천왕샘 약수로 목을 축이고...ㅎ

가뭄이 들면 물이 말라들어 흐르지 않는다고 하는데...

지금 고여있는 물은 천왕봉자락의 눈녹은 물일게다.

 

 

 중산리에서 가파른 산길을 올라온 산객이

마지막을 젖먹던 힘까지 쏟아야하는 나무계단

 

 

 

천왕봉에서 눈녹은 물이 흘러 고드름을 만들고...

 

 너덜지대를 걷도 있는 산객들

 

다리에 힘이 풀리고 숨은 가빠지고

에드몽도 허벅지가 뻐근해져 계단을 오르기 힘들다.

 

 천왕봉 동능아래는 바람도 불지 않고

겨울 따사로운 햇빛을 받아

산객의 이마에 땀을 맺히게 하고...

 

산객들은 바위아래 앉아 점심을 들고 있다.

 

 

천왕봉

 

드뎌 천왕봉이다.

중산리에서 9시 30분에 출발하여

시계가 오후 1시를 가리키고 있는 지금 천왕봉을 목전에 두고 있으니

3시간 30여분을 올라온 셈이다.

 

천왕봉은 바위와 겨우내 내린 눈이 덥여 있고...

마지막 계단을 오르니

뺨을 스치는 바람이 차다.

 

쪽빛이었던 하늘에 옅은 구름이 드리우고...(오후1시 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