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은 쉽게 자신의 모습을 내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지리산 고산지대의 변화무쌍한 날씨탓도 있겠지만 삼대에 걸쳐 덕을 쌓아야만 천왕봉의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천왕봉을 온전히 품어 보려 하고 있다.
천왕봉 동쪽에 있는 이정표
천왕봉
천왕봉(1,915m)
천왕봉은 경상남도 산청군과 함양군의 경계에 있는 지리산의 주봉이다. 대한민국에서 한라산(1,950m)다음으로 높은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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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석 뒤에 계신분이 1인 시위를 하는 분이다. 천왕봉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지자체의 계획에 반대한단다. 설악산 대청봉에도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던데 과연 옳은 방법인지 묻고 싶다.
많은 사람에게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 천왕봉과 설악산 대청봉을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하는 것은 맞지만 철탑을 세우면서 파괴되는 산은 어쩌란 말인가! 많은 등산인구로 인해 국립공원이 훼손되어 자연휴식년제를 실시하고 있거늘 수많은 관광객들이 지리산에 올라오면 지리산이 황폐화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닐까?
자자손손 온전한 자연유산을 물려주려면 개발보다는 보존이 필요하다고 본다.(오후1시 12분)
天王峰(천왕봉) 명칭의 유래는 문헌상으로 밝혀진게 없고 불교에서 유래하고 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사찰에 들어가려면 사천왕문(四天王門)을 통과해야하는데 사천왕이란... 사천왕은 불교에서 四方 <동방의 지국천왕(持國天王), 남방의 증장천왕(增長天王), 서방의 광목천왕(廣目天王), 북방의 다문천왕(多聞天王)>으로 佛法(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이다.
불교에서는 사천왕이 모두 제석천의 명을 받아 천하를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의 동작을 살펴 보고한다고 믿었다. 본래 사천왕의 형상을 표현하는 데 정해진 외모는 없었으나, 중국으로 전래되는 과정에서 무장한 장군의 모습으로 변화되었다. 각 절의 사천왕문에서 보이듯 갑옷을 두르고 무기 등을 들고서 발로 악귀를 밟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는 것이 통례이다. (웹참고)
지리산 천왕봉에서 중산리로 내려가면 해발 1,450m에 있는 法界寺(법계사)가 있는 것으로 보아 불교의 사천왕에서 천왕봉이 유래되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법계사의 한자표기는 원래 法誡寺였는데 근래에 法界寺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또하나의 유래는 천왕봉도 일제 때 창씨개명하여 천황봉으로 개명하였다가 천왕봉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설이 있다.
에드몽...ㅎ
천왕봉 정상석 이야기
천왕봉 서쪽바위에 天柱(천주)라는 음각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 하늘을 떠받치고 기둥이라는 뜻이다.
남명 조식선생의 글 '만고천왕봉천명유불명(萬古天王峰天鳴猶不鳴)'을 진주 산악인들이 오석으로 만들어 세웠다는데 없어지고...
지금의 표지석은 1982년 경남도지사였던 이규호씨와 민정당 실력자였던 권철현씨가 참석한 가온데 경상남도에서 설치했다고 한다.
천왕봉에서 바라본 지리산 주능선
성삼재에서 노고단을 거쳐 천왕봉까지 이르는 주능선이 S자 형상을 하고 있어 지리산 주능선을 걷는 사람들이 말하기를 태극 종주라고 한다.
저 까마득한 길을 지난 봄에 걸었는데 기회가 주어진다면 2박 3일 일정으로 지리산 주능선을 다시 걸어보고 싶다.
천왕봉에서 바라본 중산리 일대
천왕봉 동쪽에서 바라본 경남 진양호 지리산 천왕샘에서 발원한 남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서쪽에서 바라본 천왕봉
윗 사진중에 천왕봉에 지리산 주능선을 소개하는 지도(빨강숱이 달린 깃대) 뒷쪽 바위 아랫쪽으로 내려오면 누가 언제 새겨 놓았는지 모르지만 天柱(천주)라는 바위에 음각된 한자가 어렴풋이 보이는데... 天柱란 하늘을 떠바치고 있는 기둥이라는 뜻이다.
천왕봉 아래 북동방향으로 천왕봉의 중봉과 하봉
칠선계곡
칠선계곡은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에 있는 지리산계곡인데... 설악산 천불동계곡과 한라산의 한라계곡을 우리나라 3대 아름다운계곡이라 한다. 칠선계곡은 2008년 초여름 모 산악회를 따라 다녀온 계곡인데... 1999년 자연휴식년제 도입으로 통제 되다가 지역주민과 산악인의 청원으로 비선담까지 약 4.2km를 개방하였는데... 2008년 5월부터는 인터넷으로 예약한 산객들만 소규모로 입장이 허락하여 천왕봉까지 14km를 오를 수 있도록 했단다.
나는 비선담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와 점심을 들고 칠선계곡의 맑은 물속으로 들어가 물놀이를 했었던...ㅎ
하산길에 바라본 천왕봉
산길에 있는 눈이 얼어 아이젠을 꺼내 등산화에 끼우고 제석봉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오후1시 27분)
천왕봉에 오르는 산객들
천왕봉을 오르는 산객
베낭의 무게는 얼마나 나갈까? 이분들이 갖춘 장비를 미루어 보면 오리털 침낭속에서 밤하늘의 별을 보며 야영을 하며 잠을 잘듯...ㅎ 존경스럽다.
하산길에 바라본 지리산 주능선
주능선 남사면엔 햇빛으로 눈이 녹았는데 북사면엔 눈이 하얗게 쌓여 있다.
通天門(통천문) 바위 문을 통과하면 하늘에 있는 천왕봉에 이른다고 하여 통천문이라 했나보다.
신선들이 하늘에 오르는 것은 다른산에서는 자유롭지만 지리산에서는 통천문을 통과하지 않고는 하늘에 오를 수 없다고 고은 시인이 적고 있으니 하물며 인간들은 통천문을 통과하면서 마음을 정갈히 하고 천왕봉에 올라야할 것이다.(오후1시:43분)
바위뒤에서 점심 식사
앞에 보이는 바위뒤에서 늦은 점심을 들었다. 위 사진 중에 바위옆에서 정사장님이 우리 일행을 부르고 있다.ㅎ
떡국과 떡라면으로 점심을 먹고, 약간의 반주로 추위를 달랬는데... 떡국을 준비하신 청산유수님, 사,달님, 단미님께 감사드린다.(오후1시 53분)
바위의 옆모습이 마치 불교에서 불법을 지키는 사천왕의 형상을 하고 있다...ㅎ
산객들은 사천왕상 앞을 지나면서 인간계에서 지녔던 어지러운 마음을 정갈히 하여 통천문을 지나 천왕봉에 올라가야 할 것이다.
해발 1,808m 제석봉(帝釋峯)
불교에서 帝釋天(제석천)은 佛法(불법)과 불교에 귀의하는 불자를 보호하며, 아수라의 군대를 정벌하는 하늘의 임금이라고 한다. 수미산 꼭대기의 도리천 선견성에서 거주하며, 四天王(사천왕)과 十代天子(십대천자)가 양옆에서 모시고 있는데... 석가모니가 성불한 후 제석천은 석가모니의 시중을 들었다고 한다.
제석봉은 법계사와 천왕봉 그리고 제석봉으로 이어지는 천왕봉주변의 지명이 불교와 연관된 것으로 미루어 볼때 불교의 제석천에서 유래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제석봉 고사목지대
제석봉엔 한국전쟁 이후에도 아름들이 구상나무가 울창하게 자라고 있었으나 50여년전 전란후 사회기강이 어지러운 틈을타 도벌꾼들이 구상나무를 도벌하고 도벌 흔적을 지우기 위해 불을 질렀다고 한다.
구상나무는 목기를 제작하는 재료이고 칠선계곡 아랫동네에서 목기제작을 해서 판매했다는데 제석봉 구상나무 도벌과 연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들의 욕심은 끝이 없다. 도벌했으면 그냥 두지 왜 불까지 질렀단 말인가! 그때 타죽은 구상나무가 앙상한 가지로 서있다가 오랜 세월로 부식되어 쓰러져 제석봉은 황량하기 짝이 없다.
산림청에서 제석봉에 구상나무를 심어 옛모습을 복원할 생각은 없는지 묻고 싶다.(오후2시 39분)
이원규의 지리산 편지 <길을 지우며 길을 걷는다.> 중에서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 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 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려거든 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고사목은 슬픔이다.
이 모습을 보며 좋아하는 사람은 따뜻한 가슴을 지녔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어느 도벌꾼의 짓인지 모르지만 제석봉을 걸으면서 인간들은 반성해야한다.
지리산 주능선의 풍경을 담으시는 사,달님 지리산이 어떤작품으로 태어날까?
장터목 대피소
청산유수님
엗에드몽...ㅎ
"하늘 아래 첫 우체통"
장터목에 우체통이 생긴것은 약 10여전이다. 우체통은 국립공원관리원들이 지리산을 찾는 산객들에게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면 어떨까 하는 고민끝에 설치하게 된 것이란다.
처음엔 이름없는 우체통이었으나 산객들이 편지를 가져오면 국립공원직원들이 수거하여 산아랫동네 우체국에서 부쳐주곤 했는데... 산객들이 '우체통' 사진을 찍어 소개하면서 입소문을 타며 세인에게 알려져 2005년부터 장터목대피소에서 본격적으로 우표와 엽서를 판매하기 시작하였고 국립공원관리공단직원들이 "하늘아래 첫 우체통"이란 이름을 붙여주었단다.
지리산 장터목까지 우체부가 오는 것이 아니고 '하늘아래 첫 우체통'에 넣어지는 편지와 엽서는 공단직원들이 수거해서 우체국에 보내주거나 다른 우체통에 넣어준다고 한다. 공단관리직원들은 지리산에서 5~7일 머물며 1~2명씩 돌아가며 쉬는데 휴가차 내려가는 직원들이 우편배달원을 한댄다.
간혹 수취인 불명으로 돌아오는 우편물이 있는데 이럴 땐 6개월정도 보관했다가 주인이 찾지 않으면 폐기한다고 한다.
사연들도 다양해 부부싸움을 하고 지리산을 찾은 산객에게 관리소 직원들이 권유로 편지를 쓰기도하고 권태기에 접어들은 연인들이 이용하기도 하고 지리산 종주를 하던 학생들이 부모에게 종주를 완주하겠다는 다짐을 쓰기도한댄다.
다시 지리산을 찾는다면 '하늘아래 첫 우체통'을 이용해 나의 마음을 전해보리라...ㅎ(오후2시:53분)
장터목대피소 풍경
장터목 대피소
장터목에서 백무동으로 내려오는 산길에서 바라본 지리능선
장터목 대피소에서 바라본 지리산 주능선
장터목에서 백무동으로 하산
지난 봄 비를 맞으며 힘들게 하산했던 아픔이 있는 백무동하산길... 막말로 징그러울정도로 정말 힘들었던 길이다.ㅎ
산길에 눈이 쌓여있어 무릎에 대한 부담이 적어 하산길이 다소 편안하다.
산지기님...
지난봄 지리산 장터목에서 백무동으로 내려왔을 때 감나무는 잎을 피우지도 않았었는데...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을 거치면서 영글은 감이 곶감으로 익어가고 있다. 먹음직스런 곶감 입에 넣으면 꿀맛이겠다.ㅎ 지리산 천왕봉에 다녀온 나의 기분이 마치 곶감을 입에 넣은 기분이다. 달콤하고 쫄긴한 맛...ㅎ
지리산 종주의 방점을 찍었다는 만족감도 있지만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산객을 품어주는 산에 대한 고마움과 경외감을 갖는다.
함께 내려온 산객들과 산악회에서 준비한 하산주를 마시고 2009년의 산행을 마무리 한다.(오후5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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