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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글

한 사내를 만들었다 - 문정희

 

 

 

 

 

한 사내를 만들었다 - 문정희

 

 

과천 뒷산 작업실에서
조각가 K의 흙으로
한 사내를 만들었다

푸르른 내 시간의 물방앗간에서
고딕체로 쿵 쿵 방아를 찧던 남자
오늘은 흙 묻은 손으로
눈과 어깨와 전신을 
꿈틀거리는 입술을 
진종일 만지고 주물러
내 앞에 분명하게 세워놓았다
이제 남은 일은 
수천 도의 불로 사랑을 깨우는 일뿐
그리고 그를 껴안고
당당하게 내 집으로 데려오는 일뿐이다

 

 

  

Sonata for violin & piano No. 21 in E minor, K. 304, l

- Moz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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