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름다운 글

찔레 - 문정희

 

 

 

 

 

찔레 - 문정희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그리운 가슴 가만히 열어
한 그루
찔레로 서 있고 싶다.

사랑하던 그 사람
조금만 더 다가서면
서로 꽃이 되었을 이름
오늘은
송이송이 흰 찔레꽃으로 피워놓고

먼 여행에서 돌아와
이슬을 털듯 추억을 털며
초록 속에 가득히 서 있고 싶다.

그대 사랑하는 동안
내겐 우는 날이 많았었다.

아픔이 출렁거려
늘 말을 잃어갔다.

오늘은 그 아픔조차
예쁘고 뾰족한 가시로
꽃 속에 매달고

슬퍼하지 말고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무성한 사랑으로 서 있고 싶다

 

 

  

Reverie for Cello - Debussy  

 

 

 

 

'아름다운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 - 김광섭  (0) 2010.02.17
겨울 일기 - 문정희  (0) 2010.02.15
한 사내를 만들었다 - 문정희  (0) 2010.01.30
석남꽃 - 서정주  (0) 2010.01.25
석남꽃 - 문정희  (0) 2010.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