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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글

갯메꽃 - 송수권

 

  갯메꽃 - 송수권  

채석강에 와서 세월따라 살며

 좋은 그리움 하나는 늘 숨겨 놓고 살지

 수평선 위 눈썹같이 걸리는 희미한 낮달 하나

 어느 날은 떴다 지다 말다가

 이승의 꿈 속에서 피었다 지듯이

 평생 사무친 그리움 하나는

 바람 파도 끝머리 숨겨놓고 살지

 

때로는 모래밭에 나와

 네 이름 목터지게 부르다

 빼마른 줄기 끝 갯메꽃 한 송이로 피어

 딸랑딸랑 서러운 종 줄을 흔들기도 하지

 

 

어느 날 빈 자리

 너도 와서 한번 목터지게 불러 봐,

 내가 꾸다꾸다 못 다 꾼 꿈

 이 바닷가 썩돌 밑을 파 봐,

 거기 해묵은 얼레달 하나 들어 있을 거야

 부디 너도 좋은 그리움 하나

 거기 묻어놓고 가기를...

 

 

Concerto Grosso in D Minor HWV 316

- Han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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