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사 - 김경미
고구마 가지 같은 야채들도 애초에는 꽃이었다
잎이나 줄기가 유독 인간의 입에 단 바람에
꽃에서 야채가 되었다고 한다
맛없으면 오늘날 호박이며 양파꽃들도
장미꽃처럼 꽃가게를 채우고 세레나데가 되고
검은 영정 앞 국화꽃 대신 감자 꽃이 수북했겠다
사막도 애초에는 오아시스였다고 한다
아니 오아시스가 원래 사막이었던가
그게 아니라 낙타가 원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사람이 원래 낙타였는데 팔다리가 워낙 맛있다보니
사람이 되었다는 학설도 있다
여하튼 당신도 애초에는 나였다
내가 원래 당신에게서 갈라져나왔든가
'아름다운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0) | 2008.05.08 |
---|---|
사랑 / 정호승 (0) | 2008.05.07 |
그렇게 사랑이 / 김경미 (0) | 2008.05.03 |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에는 - 김경미 (0) | 2008.05.02 |
고요 詩篇 / 조정권 (0) | 2008.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