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름다운 글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aaaaa13[1].jpg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아름다운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 - 박경리  (0) 2008.05.09
思親(사친) - 신사임당  (0) 2008.05.08
사랑 / 정호승  (0) 2008.05.07
野菜史(야채사) - 김경미  (0) 2008.05.04
그렇게 사랑이 / 김경미  (0) 2008.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