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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글

피어라, 석유! - 김선우

 

 

 

피어라, 석유! - 김선우

 

할 수만 있다면 어머니,

나를 꽃 피워주세요

 

당신의 몸 깊은 곳 오래도록 유전해온

검고 끈적한 이 핏방울

이 몸으로 인해 더러운 전쟁이 그치지 않아요

 

탐욕이 탐욕을 불러요

탐욕하는 자의 눈앞에 무용한 꽃이 되게 해주세요

무력한 꽃이 되게 해주세요

 

온몸으로 꽃이어서

꽃의 운하여서

힘이 아닌 아름다움을 탐할 수 있었으면

 

찢겨져 매혈의 치욕을 감당해야 하는 어머니,

당신의 혈관으로 화염이 번져요

차라리 나를 향해 저주의 말을 뱉으세요

 

포화 속 겁에 질린 어린아이들의 발 앞에

검은 유골단지를 내려놓을게요

목을 쳐주세요

 

흩뿌리는 꽃잎으로

벌거벗은 아이들의 상한 발을 덮을 수 있도록

꽃잎이 마르기 전 온몸의 기름을 짜 어머니,

낭자한 당신의 치욕을 씻길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