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들었다 깨어나니 어느새
모과나무 그늘이 처마 밑까지 점령해 있다
나는, 나무 한 그루 받들 만한 공간보다도 좁은
빈터를 골목이라고 내다놓은
길 저쪽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 사이 마을 버스가 두 번,트럭 한대,
승용차가 여섯 대,
문득 비 소식이 있다는 울진 집으로
전화를 걸고, 햇볕 든 마당으로 내려가
그늘 쪽으로 개를 옮겨 맨다
희망과 절망을 함께 묶으면 비닐 봉지 속의
채소 같은 걸까, 누군가 숨쉬기가 거북하다고
지금 막바라지라고,
마을 버스를 기다리며 두 사람이
나직하게 이야길 주고받는다
한 사람은 비닐 봉지를 들고 섰고
다른 사람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무료의 날들,슬픔도 엿듣고 보면
너무나 사소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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