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 - 김명인
유월하면 골목길로 밤비 자욱하게 돌아간다
마음의 부채를 지고 내리는 담장 위
저 덩굴장미는 어떻게 유월이 온 것을 알고
가로등 아래서도 꽃 피우는 것일까, 피워서 비에
꽃을 죄 떨구는 걸까
열흘 내도록 그대의 마음 밖에 서성댔으나
마침내 문을 열지 못하고 돌아서는 젖은 사랑처럼
불빛에 떠는 꽃잎을 본다
비는 어디쯤 제 진창을 만들어 낙화
소용돌이 지우는 걸까
한 잎씩 어둠의 길로 내려서서
골목길 따라 사라지는
그대의 등
오래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