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병 - 안현미
고독은 나무처럼 자라는 것입니다
시간은 하나의 커다란 구멍이고
끝끝내 삶은 죽음입니다
거대한 고래처럼 거대한 고독이 두려운 나머지 시간을 밀거래하는 이 도시에서
서로가 서로의 휴일이 되어주는게 유일한 사랑입니다
병인을 찾을 수 없는 나의 우울과 당신의 골다공증 사이를 자객처럼 왔다 가는 계절
그 그림자를 물고 북반구로 날아가는 새 한 마리의 날개 같은 달력 한장
가없는 당신
나의 엄마들
왜 모든 짐승들에겐 엄마라는 구멍이 필요한지,
시간 조차 그 구멍으로부터 발원하는 발원수 같은 건 아니겠는지
시도 때도 모르고 철없이 핀 꽃처럼 울다가 웃다가
고독은 나무처럼 자라고
계절을 바꾸어 타고 먼먼 바다로 헤엄쳐가는 물고기가
수면 밖으로 제 그림자인양 쳐다보는 나무는
엄마라는 구멍처럼 고독합니다
가엾은 당신
나의 엄마들 끝끝내 삶은 죽음일 테지만
죽기 위해 제 기원을 찾아 뭍으로 돌아오는
거대한 포유동물처럼
젖이 아픈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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