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배 생각 - 안상학
뻔질나게 돌아다니며
외박을 밥 먹듯 하던 젊은 날
어쩌다 집에 가면
씻어도 씻어도 가시지 않는 아배 발고랑내 나는 밥상머리에 앉아
저녁을 먹는 중에도 아배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니, 오늘 외박하냐?
-아뇨, 올은 집에서 잘 건데요.
-그케, 니가 집에서 자는 게 외박 아이라?
집을 자주 비우던 내가
어느 노을 좋은 저녁에 또 집을 나서자
퇴근길에 마주친 아배는
-야야, 어디가노?
-예....., 바람 좀 쐬려고요.
-왜, 집에는 바람이 안 불다?
그런 아배도 오래 전에
집을 나서 가신 뒤로는 감감 무소식이다.
'아름다운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미의 날 - 양애경 (0) | 2008.07.24 |
---|---|
최면 - 양애경 (0) | 2008.07.22 |
작은 연가(戀歌) - 박정만 (0) | 2008.07.18 |
餘韻(여운) - 조지훈 (0) | 2008.07.17 |
달에 가는 기차 - 신현정 (0) | 2008.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