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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글

동백이야기 - 문정희

 

 

 

 

동백 이야기 - 문정희


오동도를 아시나요
바다와 동백꽃이 연애하는 섬
오동도를 아시나요

나 일찍이 이마 한복판에
동백꽃만한 붉은 점이 있어
보는 이마다 부처 되겠다, 무당 되겠다 하거늘
부처도 싫고, 무당도 싫고
그냥 여자가 되기를 바라던
우리 어머니는
오동도 바다로 날 데려가
이마 한복판에 동백꽃 따서 바다에 던졌지요

동백꽃은 해풍에 흔들리며
오동도 바다 위를 떠돌다가
그래도 부처가 될 것은 부처가 되고
무당이 될 것은 무당이 되고
끝내 남은 것은 동백이 되어
오동도 가득히 피어났지요

여름이 되어도 가을이 되어도 질 줄을 모르고
피처럼 붉은 사랑에 빠져 동백꽃은
오동도 앞 바다에 사는
푸르고 힘센 누군가를 부르고 있지요

오동도를 아시나요
바다와 동백꽃이 연애하는 섬
오동도를 아시나요

 

 

Sonata No.1 G Major, l Vivace ma non troppo

- Brah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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