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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글

사랑을 위하여 - 김종해

 

 

지리산 묘향대 금강애기나리

 

사랑을 위하여 - 김종해


그대의 두 볼에서

한 잎 한 잎 져내리는 어둠을 보았다
깊은 밤 베갯머리에 떨어져내리는

몇 장의 어둠이 그대를 적신다
성경책 갈피에 끼워둔

그대 최후의 믿음을 적시고 사랑을 적신다
그대의 非妥協 안에서 자라던

敵들을 적시고
침묵을 적시고
몇 달 동안 쌓였던 적개심마저 적신다
사랑의 눈물이여,

오오 그대 어둠 속에 숨어서 우는구나
가늘게 떨리는 그대의 풀잎
그대 오늘밤에 일어나

인간의 초원 쪽으로 창문을 열어 놓고 空氣를 가는구나
짓밟힌 모든 것을 지금 이 시각에 용서해주는구나
이 분간하기 어려운 어둠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판별하지 못하는

이 두꺼운 장벽의 시각속에서

 

 Gabriel's Oboe - Ennio Morric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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