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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글

[童詩]내가 꽃으로 핀다면 - 오규원

 

 

 

대왕암공원 바닷가에 핀 갯무우

 

 

내가 꽃으로 핀다면  - 오규원

 


내가 만약 꽃이라면
어디에서
피어야 할까

꽃밭도 없는
우리 집 창문 밑에서
토끼풀과 섞여
있다가
한참 자라서
벽을 타고 올라
창문을
똑 똑 똑
두드리며
피어야할까

산골짜기
개암나무와
망개나무의 가지와
잎 사이로
다람쥐처럼
잠깐 잠깐
얼굴을 내밀었다가
숨겼다가 하면서
피어야 할까

아니면
강변 바위 그늘에서
새끼를 키우는
물새와 함께
물소리를 들으며
조약돌처럼
물새알처럼
작지만
동그랗게
피어야 할까

 

 Ballada g moll Op. 23 - Chop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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