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름다운 글

그대 - 이형기

 

 

 

 

그대 / 이형기

 

 

 

1.

뭐라고 말을 한다는 것은

참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손목을 쥔 채

그냥 더워오는 우리들의 체온

내 손바닥에

점 찍힌 하나의 슬픔이 있을 때

벌판을 적시는 강물처럼

폭 넓은 슬픔으로 오히려

다사로운 그대

 

2.

이만치 적당한 거리를 두고

내가 그대를 부른다

그대가 또한 나를 부른다

멀어질 수도 없는

가까워 질 수도 없는

이 엄연한 사랑의 거리앞에서

나의 울음은 참회와 같다

 

3.

제야의 촛불처럼

나혼자

황홀히 켜져다간

꺼져 버리고 싶다 

외로움이란

내가 그대에게

그대가 나에게

서로 등을 기대고 울고 있는 것이다

 

Crusell/Con No2. For Clarinet & Orch.In F minor,Op.5
I. Allegro (13:15)
 
 

'아름다운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길 - 정호승  (0) 2008.04.24
남으로 窓(창)을 내겠소 / 김상용  (0) 2008.04.23
나는 - 안택상  (0) 2008.04.21
호수 - 이형기  (0) 2008.04.21
기다림 - 곽재구  (0) 2008.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