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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따라 발길따라...

산국과 구절초 그리고...

 

작년 이맘때 였을게다.

지인들과 대천항으로 단합(?)대회하러 가서 도미회를 놓고 술을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청양 장곡사에 들렀다.

칠갑산줄기에 있는 장곡사는 공주 마곡사의 말사로 통일신라시대 보조선사가 창건한 후로 여러번의 중수를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사찰이다. 이절은 대웅전이 2개로 아래는 하대웅전.운학루와 상대웅전 응진전이 있다. 하대웅전에는 고려시대 금동좌불상이 모셔져 있고, 상대웅전에는 통일신라시대 철조약사불좌상과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이 모셔져있다.

대웅전에는 석가모니를 모시는 곳인데,

어찌된 이유로 부처님을 두분 모시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으나 특이함이 아닐 수 없다.

사찰관람 후 내려오는 길에 나쁜 손버릇이 도져서 경내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구절초를 몇개를 검정봉다리에 담았다.

 

장곡사 가는 길은 지방도 645호선으로 청양군 대치면에서 장곡리를 가는 편도2차선 6km 길인데 건설교통부에서 지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꼽히는 길이다.

길 옆엔 산철쭉과 벗나무가로수가 심어져 있고 도로변엔 꽃길이 조성되어

이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싱그럽게 해주고 있다.

 

장곡사입구 주차장 근처의 주막에서 도토리묵에 동동주를 마시고 나오던 길에

정원 돌틈에서 피어있는 산국 몇뿌리도 ㅎ

 

아파트 공터에 그 구절초와 산국을 심어

지난여름 삽목을 해서 심어놓은 산국과 구절초가

이렇게 예쁜 꽃을 피웠다.

 

 

 

칠갑산 장곡사 아래 주막집 화단에서 작년에 가져다 심은 산국이 꽃을 피웠다.

 

 

이제 막피기 시작한 산국

근처에 가면 진한향이...ㅎ

 

 

산국을 처음 접했을 때가 언제 였더라?

가물가물하넹...ㅎ

영동군 심천면에 여동생 시댁 어른이 살고 계셨다.

사돈어른께서 감을 따러 오라는 전갈을 받고

부모님과 큰형님댁 그리고 우리내외가 지탄으로 향했다.

 

대전에서 완행열차를 타고 지탄 간이역에 내려

금강이 흐르는 모습을 바라보며 들길을 걸어

감나무 밭으로 갈때

시냇물이 흐르는 둑가에 피어있던 꽃...

그꽃이 산국이었나보다.

 

꽃향기가 좋아 코를 킁킁대며 향기를 맡았지만 어떤 꽃인지 알 수 없었고

꽃향기를 맡고 국화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베낭에 감을 가득담아 먼 들길을 걸어올 때 어찌나 힘들던지...ㅎ

근데...

감이 홍시가 되었어도 떫어 먹을 수 없었던...ㅠ..

 

하지만 지탄의 홍시감보다도

그꽃의 향기가 너무 좋아

내코는

지금도 그때의 향기를 기억하고 있다.ㅎ

 

 

 

 

 

 

산국 / 차영섭

산은
지리산 노고단
황금빛 민둥산

산국山菊
드문드문
봉이 지는데

지는 가을
못내 아쉬워
불안한 사랑

노랑나비
한 쌍이
바삐도 날아간다.

 

 

산국과 구절초가 뒤섞여...

꽃은 이웃과 잘 어울려 이토록 이쁜 꽃을 피우는데...

사람들은 왜 잘 안될까???

 

 

 

 

재작년 여름...

고향친구 부친께서 갑자기 세상을 뜨셨다.

몸이 불편하시다고 하셔서 당신이 다니시던 병원에 친구가 모시고 가던중 갑자기 쓰러지신 것이다.

함께 동행했던 친구는 넋을 잃고...ㅠ.. 황망함이 이루말 할 수 없었을게다.

친구부친을 모신 꽃상여를 메고 어릴적 초중학교 등교길인 질마재를 30여년만에 다시 넘게 되었다.

장마철이라서 비가 주룩주룩내리는 가온데...

 

오래전에 인적이 끊긴 길이라서 잡목이 자라고 있던 그길을 올라

친구부친을 안장하고 내려오던 길에

눈에 띈 구절초...

10여포기를 캐다 심어 놓았더니 국화와 함께 어울려 예쁜꽃을 피웠다.

 

어릴적 그길을 넘어 학교다닐 이맘때

하얀 구절초가 산길옆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는데...

나는 그친구와 그길을 6년을 넘어다녔다.

 

그래서일까?

지근거리에 피어있는 구절초가 옛친구를 만난듯 정겹고 반갑다.

6년지기 아닌가!ㅎ

 

 

 

 

 

 

 

내년엔 좀더 넓은 곳에 더 많이 심어봐야겠다.

이곳 저곳에 시집도 보내공...ㅎ

 

 

 

 

 

 

 

 

 

너에게 - 정호승
  


 가을비 오는 날

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도 강하다는데

너는 지금 어느 곳

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부는 들녁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

사막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나는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들국화 - 박두진
   
 오오 별이 내려 앉았다.
바람 울부짖고
폭우 몸부림 치는 곳
쓸쓸하여
별도 호접(胡蝶)도 오지 않는
벌판에
활짝 핀
한 포기 들국화

샛노란 화심(花心)에
무궁화(花) 빛 꽃잎파리......

삽분! 꽃잎 위에
앉고 싶어 ......
호접 아닌데도
고웁거라.

수집은 꽃아.

 

 

 

 

 

 

들국화 - 천상병

 

산등성 외따른 데

애기 들국화,

바람도 없는데

괜히 몸을 뒤뉘인다.

가을은

다시 올테지,

 다시 올까?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지금처럼

순하게 겹친 이 순간이...

 

 

 

 

국화꽃을 보려면 참으로 많은 정성이 있어야한다.

화분에 담을 분토를 만드는 일부터

 

무더운 여름...

국화의 싹을 잘라 삽목을 해야하고

삽목한 싹이 마르지 않게 관수하는 것도 그렇고...

 

뿌리가 내리면 화분에 옮겨심고

적심을 한다음 새롭게 자란 가지를 유인하고

때맞춰 비료를 줘야하고

지줏대를세우고

병충해를 예방하기 위해 진딧물, 응애, 녹병약까지...

곁순을 따주고

10월 화아분화가 되면

꽃을 선별해서 따주고

꽃이 피려하면 꽃받침까지...

 

국화꽃은 자신을 기르는 분의 사랑과 정성

그리고 무한한 관심을 먹고 자라기에

예쁘고

더 향기롭지 않나 싶다.

 

 

 

 

 

 

 

 

 

 

  

 

 

 

 

 

 

 

 

 

 

 

 

 

 

 

황국 - 박두진
   

먼 햇살 넋이 엉겨 숭어리져 솟은 얼굴
인연의 그 창 변두리  ��로운 해후여
안에 깊이 가라앞힌 하늘 푸른 가을 마음
체념의 모래 벌이 강을 따라 펼쳐간
강물 푸른 물무늬속 흔들리는 그림자
강물이 저절로듯 저절로인 기약의
다시는 못돌아올 꽃띄움의 흩날림
창아침 햇살가의 서로 해후여.

 

 

국화 옆에서 -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가을 나그네 - 소리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