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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글

풀꽃과 더불어 - 구상

 
 
 
풀꽃과 더불어 - 구상
 
 

아파트 베란다
난초가 죽고 난 화분에
잡초가 제풀에 돋아서
흰 고물 같은 꽃을 피웠다.
 

저 미미한 풀 한 포기가
영원 속의 이 시간을 차지하여
무한 속의 이 공간을 차지하여
한 떨기 꽃을 피웠다는 사실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신기하기 그지없다.
 

하기사
나란 존재가 역시
영원 속의 이 시간을 차지하며
무한 속의 이 공간을 차지하며
저 풀꽃과 마주한다는 사실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오묘하기 그지없다.
 

곰곰
그 일들을 생각하다
나는
그만 나란 존재에서 벗어나
그 풀꽃과 더불어
영원과 무한의 한 표현으로
영원과 무한의 한 부분으로
영원과 무한의 한 사랑으로
 

이제
여기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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