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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글

아욱국 - 김선우

 

 

 

 
아욱국 - 김선우 


  아욱을 치대어 빨다가 문득 내가 묻는다

  몸속에 이토록 챙챙한 거품의 씨앗을 가진
  시푸른 아욱의 육즙 때문에

  엄마 오르가슴 느껴본 적 있어?

  오르가슴이 뭐냐?

  아욱을 빨다가 내 가슴이 활짝 벌어진다

  언제부터 아욱을 씨 뿌려
  길러먹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지만
  으응,그거!그,오,가슴!

  자글자글한 늙은 여자
아욱꽃빛 스민 연분홍으로 웃으시고 
  나는 아욱을 빠네 

  시푸르게 넓적한 풀밭 같은 풀잎을
  생으로나
그저 데쳐먹는 게 아니라
  이남박에 퍽퍽 치대어 빨아
  국 끓여먹을 줄 안 최초의 손을 생각하네

  그 손이 짚어준 저녁의 이마에
  가난과 슬픔의 신열이 있었다면
  그보다 더 멀리 간 뻘밭까지를 들쳐업고
  저벅저벅 걸어가는 시푸른 관능의 힘,

  사랑이 아니라면
오늘이
  어떻게 목숨의 벽을 넘겠나
치대지는 아욱 풀잎
온몸으로 거품을 끓이는 걸 바라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