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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글

그렇게 사랑이 / 김경미 그렇게 사랑이 - 김경미 옛 사람들은 치자꽃 열매에서 베어나오는 노란색 물이며 관목과 바위 밑 푸른 이끼에서 꺼낸 염색물을 가져다 썼다지 흰 광목천을 자목련 빛이며 남청색으로 바탕을 바꾸었다지 내 안에 혹 치자 소리 나는 풀잎들이며 그늘에서만 오래묵은 녹색이끼같은 타고 난 염료있어 그.. 더보기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에는 - 김경미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은 - 김경미 나뭇잎 한 바구니나 화장품 같은 게 먹고 싶다 그리고...... 말들은 무엇 하려 했던가 유리창처럼 멈춰 서는 자책의 자객들...... 한낮의 어둠 속에 웅크리고 누워 꽃나무들에게 사과한다 지난 저녁부터의 발소리와 입술을, 그 얕은 신분을 외로움에 성실하지 못했던, .. 더보기
고요 詩篇 / 조정권 1. 누가 이 안을 쓸고 또 쓸었을까 눌러 앉히고 싶어 이 고요 닫아건다. 2. 안을 담아 밖으로 내 놓는다 안을 열어 놓고 활짝 대한다 안도 시끄럽다. 3. 안을 열어 두고 이 고요 잠근다 밖이 가득하다. 2악장 (Adagio) Michael Schneider, Cello Brussels Festival Orchestra / Dir. Robert Janssens 더보기
엽서, 엽서 - 김경미 엽서, 엽서 - 김경미 단 두 번쯤이었던가, 그것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였지요 그것도 그저 밥을 먹었을 뿐 그것도 벌써 일년 혹은 이년 전일까요? 내 이름이나 알까, 그게 다였으니 모르는 사람이나 진배없지요 그러나 가끔 쓸쓸해서 아무도 없는 때 왠지 저절로 꺼내지곤 하죠. 가령 이런 이국 하늘 밑.. 더보기
선천성 그리움 - 함민복 선천성 그리움 / 함민복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Piano solo from love affair Ennio Moricone 더보기
會者定離(회자정리) - 안병욱 會者定離 (회자정리) / 안병욱 인생은 너와 나와 만남인 동시에 너와 나와의 헤어짐입니다 이별 없는 인생이 없고 이별이 없는 만남은 없습니다 살아 있는 자에게는 반드시 죽음이 오고 만나는 자는 반드시 헤어져야 합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는 것이 아닙니다 떠난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 더보기
크나큰 잠 - 정끝별 Michelina Endormie - Balthus 크나큰 잠 / 정끝별 한 자리 본 것처럼 깜빡 한 여기를 놓으며 신호등에 선 목이 꽃대궁처럼 꺾일 때 사르르 눈꺼풀이 읽던 행간을 다시 읽을 때 봄을 놓고 가을을 놓고 저녁마저 놓은 채 갓 구운 빵의 벼랑으로 뛰어들곤 해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사과 냄새 따스한 소파의 속살.. 더보기
비오는 날의 戀歌(연가) - 손희락 비오는 날의 연가 / 손희락 장마비인가 했더니 그대를 사모하는 그리움의 비입니다. 창가의 낙수소리 그대의 음성처럼 들립니다. 고독의 공간에서 망각의 우산을 펼치지만 쉴새없이 퍼붓는 추억의 소낙비를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기다림에 지쳐서 그대곁으로 달려가지만 차가운 그대의 눈빛에 제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