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 썸네일형 리스트형 가을 구름 물속을 간다 - 김선우 가을 구름 물속을 간다 - 김선우 강릉 고향집 엄마방에서 엄마랑 낮잠 든 오후였습니다 물너미 하나 엄마 배를 타넘어왔습니다 시집올 때 가져온 구닥다리 자개장 엄마만큼 늙고 병들었지만 금조개 껍데기를 썰어낸 자개들이 닥지닥지 붙어 있는 늙은 몸 위에서 학이 날고 거북이 구름 속을 슬슬 기어.. 더보기 간이역 - 김선우 간이역 - 김 선 우 내 기억 속 아직 풋것인 사랑은 감꽃 내리던 날의 그애 함석집 마당가 주문을 걸 듯 덮어놓은 고운 흙 가만 헤치면 속눈썹처럼 나타다던 좋.아.해 얼레꼴레 아이들 놀림에 고개 푹 숙이고 미안해 - 흙글씨 새기던 당두마을 그애 마른 솔잎 냄새가 나던 이사오고 한번도 보지 못한 채 .. 더보기 목포항 - 김선우 목포항 - 김선우 돌아가야 할 때가 있다 막배 떠난 항구의 스산함 때문이 아니라 대기실에 쪼그려 앉은 노파의 복숭아 때문에 짓무르고 다친 것들이 안쓰러워 애써 빛깔 좋은 과육을 고르다가 내 몸 속의 상처 덧날 때가 있다 먼 곳을 돌아온 열매여 보이는 상처만 상처가 아니어서 아직 푸른 생애의 .. 더보기 물로 빚어진 사람 - 김선우 물로 빚어진 사람 - 김선우 월경 때가 가까워 오면 내 몸에서 바다 냄새가 나네 깊은 우물 속에서 계수나무가 흘러나오고 사랑을 나눈 달팽이 한 쌍이 흘러나오고 재 될 날개 굽이치며 불새가 흘러나오고 내 속에서 흘러나온 것들의 발등엔 늘 조금씩 바다 비린내가 묻어 있네 무릎베개를 괴어 주면 엄.. 더보기 북엇국 - 김선우 북엇국 - 김선우 길 가다 한 사내 보았는데 글쎄 낯이 익어 한 천년 된 마음은 뜨거웁고 건널 수 없던 서늘한 강은 깊어 꽃잎 한장 나부껴 떠오더라는 얘긴데 이생에 어긋나면 어느 골짜기 바람이 될까 만취한 사내 아랫목에 누이고 북어를 땅땅 두드렸다는데 부끄러이 내 껍질 벗고 여윈 살점을 추려 .. 더보기 얼레지 - 김선우 얼레지 - 김선우 옛 애인이 한밤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자위를 해본 적 있느냐 나는 가끔 한다고 그랬습니다 누구를 생각하며 하느냐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랬습니다 벌 나비를 생각해야 한 꽃 이 봉오리를 열겠니 되물었지만, 그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얼레지…… 남해 금산 잔설이 남아 있던 .. 더보기 슬픔이 너무 큰 날은 - 김경미 슬픔이 너무 큰 날은 - 김경미 못 나눠줘 절대 이 슬픔 나 혼자 다 차지할 거야 애인처럼 연인처럼 다가오지 마 이런 전시에 나눠 먹다니 내 목숨에 슬픔 외의 빈 자리 없음을 그런 슬픔 온전한 내 것이 있다는 이 가득함 사랑도 오늘은 혼자서 해! 더보기 깊은 산속 옹달샘 - 김선우 깊은 산속 옹달샘 / 김선우 먼 뱃길 선유도 민박 든 뱃사람집 뱃사람은 없고, 쪽마루 천장에 알전구 말간 밤이었네. 팔월이었고, 마당에 모깃불 지펴놓고 쪽마루에 나와 앉은, 아직 젊어 입술이 유도화 같은 섬여자가, 그을린 이마 무색토록 희게 드러난 왼쪽 젖을 아이에게 물리고, 무릎에는 눈썹이 까.. 더보기 이전 1 ··· 40 41 42 43 44 45 46 ··· 5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