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 썸네일형 리스트형 작은 연가(戀歌) - 박정만 작은 연가(戀歌) - 박정만 사랑이여, 보아라 꽃초롱 하나가 불을 밝힌다. 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 너와 나의 사랑을 모두 밝히고 해질녘엔 저무는 강가에 와 닿는다.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유수(流水)와 같이 흘러가는 별이 보인다. 우리도 별을 하나 얻어서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 눈.. 더보기 餘韻(여운) - 조지훈 여운(餘韻) - 조지훈 물에서 갓나온 여인(女人)이 옷 입기 전 한때를 잠깐 돌아선 모습 달빛에 젖은 탑(塔)이여! 온몸에 흐르는 윤기는 상긋한 풀내음새라 검푸른 숲 그림자가 흔들릴 때마다 머리채는 부드러운 어깨 위에 출렁인다. 희디흰 얼굴이 그리워서 조용히 옆으로 다가서면 수지움에 놀란 그는 .. 더보기 달에 가는 기차 - 신현정 달에 가는 기차 - 신현정 기차에 토끼의 두 귀를 달아주었으면 한다 왠지 토끼라면 달을 여하히 찾아갈 수 있고 어디서 한잠 늘어지게 자고 가더라도 달에 무사히 도착시킬 것 같다 세월아 네월아 거기에 홍당무까지 씹어 먹으면서 간다면야 아무리 덜컹거린다 해도 그건 숫제 춤 동작이고 경쾌한 음.. 더보기 조용한 날들 - 양애경 조용한 날들 - 양애경 행복이란 사랑방에서 공부와는 담쌓은 지방 국립대생 오빠가 동당거리던 기타소리 우리보다 더 가난한 집 아들들이던 오빠 친구들이 엄마에게 받아 들여가던 고봉으로 보리밥 곁들인 푸짐한 라면 상차림 행복이란 지금은 치매로 시립요양원에 계신 이모가 연기 매운 부엌에 서.. 더보기 버진 팁(virgin tip) - 양애경 버진 팁 - 양애경 새 화장품 뚜껑을 열면 입구에 얇은 알루미늄 껍질이 달려 있지 그것을 잡아당겨 뽕! 떼면 그제서야 크림을 짤 수 있지 그걸 버진 팁(virgin tip)이라고 한다 새 제품의, 그러니까, 처녀막 처녀막을 잃으면 시집을 못 간다고, 테스는 딱 한 번의 일로 임신까지 해서 아이를 낳고, 잃고… 운.. 더보기 풍경의 깊이 - 김사인 풍경의 깊이 - 김사인 바람 불고 키 낮은 풀들 파르르 떠는데 눈여겨보는 이 아무도 없다. 그 가녀린 것들의 생의 한순간,의 외로움 떨림들로 해서 우주의 저녁 한 때가 비로소 저물어간다. 그 떨림의 이쪽에서 저쪽사이, 그 순간의 처음과 끝 사이에는 무한히 늙은 옛날의 고요가, 아니면 아직 오지 않.. 더보기 네 눈망울에서는 - 신석정 네 눈망울에서는 - 신석정 네 눈망울에서는 초록빛 오월(五月) 하이얀 찔레꽃 내음새가 난다. 네 눈망울에는 초롱 초롱한 별들의 이야기를 머금었다. 네 눈망울에서는 새벽을 알리는 아득한 종(鐘)소리가 들린다. 네 눈망울에서는 머언 먼 뒷날 만나야 할 뜨거운 손들이 보인다. 네 눈망울에는 손잡고 .. 더보기 옥탑방 여자 - 문정 옥탑방 여자 - 문 정 옥탑방 여자가 눈 덮인 골목을 몇 점 오려 널고 있었네 사내는 휠체어에 앉아 2층 옥상을 내려다보았네 그 여자의 빨래건조대를 아파트 3층 발코니로 바짝 끌어 당겼네 교회당 종소리가 얼음처럼 단단한 사내의 바깥공기를 말랑말랑하게 두드려주었네 빨래에는 그 여자의 지난 일.. 더보기 이전 1 ··· 34 35 36 37 38 39 40 ··· 5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