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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글

남자들에게는 그럴듯한 명분이 많아요 - 양애경 남자들에게는 그럴듯한 명분이 많아요 - 양애경 곧 다른 여자와 결혼하게 되는 그에게 전해줘요 한 평생 나는 그의 적일 것이라고 등을 보이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해 주세요 뒤에서 쏘아버릴지 모르니 술을 마시고 타협을 하고 그의 그 무슨 대의명분이라고 하는 것까지 삭을 대로 삭아버린다면 총알 .. 더보기
브래지어 - 양애경 브래지어 /양애경 장맛비 몰려드는 사이로 잠깐씩 드러나는 파란 하늘 잔인한 폭포처럼 퍼붓는 햇살 아래 대기 전체가 옥수수 찜솥처럼 김을 올리고 있어요 가슴을 조인 끈을 풀어버려요 스펀지, 에어, 실리콘도 뽑아버려요 그리고 후우…… 숨을 크게 쉬어요 조였던 가슴이 아코디언 주름처럼 펴지.. 더보기
봄 아침 - 양애경 봄 아침 - 양애경 새벽잠자리에서 반쯤 깨어 양쪽 어께에 얼굴을 번갈아 묻으며 누군가 안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을때 호 호 호이호 휘파람새가 노란색 장미꽃잎을 수없이 감았다가 펼쳐보여주었다 더보기
마티즈의 이브 - 양애경 마티즈의 이브 - 양애경 밤의 산길에서 마티즈를 만났다 내 차의 전조등이 앞에 선 마티즈를 황홀한 루비빛으로 물들이자 빛은 차를 달구고 뚫고 들어가 운전석의 여자를 드러내 놓는다 하얀 원피스와 긴 머리칼 밑에 완전한 원뿔형의 가슴 잘록한 허리 가운데에 씨방을 묻고 익은 사과처럼 양쪽으로 .. 더보기
만약 내가 암늑대라면 - 양애경 만약 내가 암늑대라면 / 양애경 내가 만약 암늑대라면 밤 산�꽃나무 밑에서 네게 안길거다 부드러운 옆구리를 벚꽃나무 둥치에 문지르면서 피나지 않을 만큼 한입 가득 네 볼을 물어떼면 너는 만약 네가 숫늑대라면 너는 알코올과 니코틴에 흐려지지 않은 맑은 씨앗을 내 안에 깊숙이 떠트릴 것이다 .. 더보기
장미의 날 - 양애경 장미의 날 - 양애경 장미의 기분을 알 것 같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가지 위에 솜털 같은 가시들을 세우고 기껏 장갑 위 손목을 긁거나 양말에 보푸라기를 일으키거나 하면서 난 내 자신쯤은 충분히 보호할 수 있어요 라고 도도하게 말하는 장미의 기분 오늘 나는 하루 종일 가시를 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더보기
최면 - 양애경 최면 - 양애경 당신의 어깨 당신의 등 나를 보고 있지 않은 당신의 등 (하지만 날 보고 있죠? 그죠?) 내게 말을 걸어요 강력히 다가오라고 당신을 만지라고 당신 살에 내 살을 대라고 하마터면 그럴 뻔했죠 수많은 아는 사람들 눈앞에서 정신을 잃고 강력한 최면이군요 그래서 당신의 뒷모습은 긴장해 .. 더보기
아배 생각 - 안상학 아배 생각 - 안상학 뻔질나게 돌아다니며 외박을 밥 먹듯 하던 젊은 날 어쩌다 집에 가면 씻어도 씻어도 가시지 않는 아배 발고랑내 나는 밥상머리에 앉아 저녁을 먹는 중에도 아배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니, 오늘 외박하냐? -아뇨, 올은 집에서 잘 건데요. -그케, 니가 집에서 자는 게 외박 아이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