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름다운 글

因緣(인연) / 최명희 혼불중에서 因緣(인연) / 최명희 혼불중에서 "인연이 그런 것이란다. 억지로는 안되어. 아무리 애가 타도 앞당겨 끄집어 올 수 없고, 아무리 서둘러서 다른 데로 가려 해도 달아날 수 없고잉. 지금 너한테로도 누가 먼 길 오고 있을 것이다. 와서는, 다리 아프다고 주저앉겄지. 물 한 모금 달라고" "- 최명희의 (혼불) .. 더보기
그대에게 가고 싶다 - 안도현 그대에게 가고 싶다 - 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더보기
간격 - 안도현 간격 - 안도현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어이 떨어져서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 더보기
사랑 - 안도현 사 랑 - 안도현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 Brandenburg Concerto No. 6 in Bb major - Bach 더보기
님의 침묵 - 한용운 님의 침묵 - 한 용 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로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 한숨의 미풍에 날아 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 더보기
산 너머 저쪽 - 정지용 산 너머 저쪽 - 정지용 산 너머 저쪽에는 누가 사나? 뻐꾸기 영 위에서 한나절 울음 운다. 산 너머 저쪽에는 누가 사나? 철나무 치는 소리만 서로 맞어 쩌 르 렁! 산 너머 저쪽에는 누가 사나? 늘 오던 바늘 장수도 이 봄 들며 아니 뵈네. Flute Sonata No. 7 in E minor - Devienne 1759~1803 더보기
오동나무의 웃음소리 - 김선우 오동나무의 웃음소리 - 김선우 서른 해 넘도록 연인들과 노닐 때마다 내가 조금쯤 부끄러웠던 순간은 오줌 눌 때였는데 문 밖까지 소리 들리면 어쩌나 힘 주어 졸졸 개울물 만들거나 성급하게 변기 물을 폭포수로 내리며 일 보던 것인데 마흔 넘은 여자들과 시골 산보를 하다가 오동나무 아래에서 오.. 더보기
벌집 속의 달마 - 김선우 벌집 속의 달마 - 김선우 불영산 수도암에 갔다가 비로자나 부처님과 한바탕 엉겼네 신랏적 부처들은 왜 그리 섹시하냐고 슬쩍 농을 건넸더니 반개한 두 눈 스르르 뜨시네 '실라'라는 발음은 로맨틱해요 허리춤을 간질였더니 예끼, 손을 저으시네 천년 예술의 균형미 따위 선화공주와 서동방은 아랑곳..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