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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글

낙화, 첫사랑 - 김선우 낙화, 첫사랑 - 김선우 1 그대가 아찔한 절벽 끝에서 바람의 얼굴로 서성인다면 그대를 부르지 않겠습니다 옷깃 부둥키며 수선스럽지 않겠습니다 그대에게 무슨 연유가 있겠거니 내 사랑의 몫으로 그대의 뒷모습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손 내밀지 않고 그대를 다 가지겠습니다 2 아주 조금.. 더보기
5월의 느티나무 - 복효근 5월의 느티나무 - 복효근 어느 비밀한 세상의 소식을 누설하는 중인가 더듬더듬 이 세상 첫 소감을 발음하는 연초록 저 연초록 입술들 아마도 지상의 빛깔은 아니어서 저 빛깔을 사랑이라 부르지 않는다면 초록의 그늘 아래 그 빛깔에 취해선 순한 짐승처럼 설레는 것을 어떻게 다 설명한다냐 바람은 .. 더보기
틈, 사이 - 복효근 틈, 사이 - 복효근 잘 빚어진 찻잔을 들여다본다 수없이 실금이 가 있다 마르면서 굳어지면서 스스로 제 살을 조금씩 벌려 그 사이에 뜨거운 불김을 불어넣었으리라 얽히고설킨 그 틈 사이에 바람이 드나들고 비로소 찻잔은 그 숨결로 살아 있어 그 틈, 사이들이 실뿌리처럼 찻잔의 형상을 붙잡고 있는.. 더보기
그대에게 - 안도현 그대에게 - 안도현 괴로움으로 하여 그대는 울지 마라 마음이 괴로운 사람은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니 아무도 곁에 없는 겨울 홀로 춥다고 떨지 마라 눈이 내리면 눈이 내리는 세상 속으로 언젠가 한번은 가리라 했던 마침내 한번은 가고야 말 길을 우리 같이 가자 모든 첫 만남은 설레임.. 더보기
너의 별에서 - 오탁번 너의 별에서 -오탁번 너는 어느 별에서 태어났기에 이토록 무서운 광속으로 다가와서 나도 모르는 나의 생애를 불밝혀 놓고 눈물빛 핏빛 사랑으로 불타고 있는가 겨울 철새 모두 떠난 한강 물결 봄이 오는 소리 선연한 노을 아래 물 속 깊이 숨은 누치 보이지 않고 하늘 멀리 떠난 나의 아기는 깃 하나 .. 더보기
꽃기침 - 박후기 꽃기침 - 박후기 꽃이 필 때 목련은 몸살을 앓는다 기침할 때마다 가지 끝 입 부르튼 꽃봉오리 팍팍, 터진다 처음 당신을 만졌을 때 당신 살갗에 돋던 소름을 나는 기억한다 징그럽게 눈뜨던 소름은 꽃이 되고 잎이 되고 다시 그늘이 되어 내 끓는 청춘의 이마를 짚어주곤 했다 떨림이 없었다면 꽃은 피.. 더보기
입술 - 박형준 입술 - 박형준 봄날 대낮 공기의 서랍을 열고 새로운 세상을 냄새맡아요 따끈하게 데워진 술이 이슬로 내리는 햇살 사이 걸어갈 때 입술로만 말을 해봅니다 미래의 문들이 달린 창공을 향해 뿔나팔을 분답니다 가냘픈 바람의 허리를 붙잡고 당신의 귀밑에 불어넣어지는 밀어의 전언을 느껴보세요 거.. 더보기
굴비 - 오탁번 굴비 - 오탁번 수수밭 김매던 계집이 솔개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마침 굴비장수가 지나갔다 -굴비 사려, 굴비! 아주머니, 굴비 사요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요 메기수염을 한 굴비장수는 뙤약볕 들녘을 휘 둘러보았다 -그거 한 번 하면 한 마리 주겠소 가난한 계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품 .. 더보기